러, 그루지야 공습으로 ‘전쟁 시작’

그루지야와 그 자치 영토인 남오세티아 공화국 간 영토 분쟁이 결국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아를 지원하는 러시아 간 전쟁으로 폭발했다.

친미성향의 그루지야가 8일(현지시간) 친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을 공격한 데 대해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세 나라간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인테르 팍스 통신은 그루지야의 남오세티아 공습으로 최소 1천400명이 사망했다고 9일 보도했다.

러시아 측은 그루지야군의 츠힌발리 공격으로 러시아 평화유지군 소속 군이 10명 여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 공군은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 25km 떨어진 바지아니 공군 기지를 공습으로 대응했다. 9일 러시아 방송에는 러시아 군이 탱크를 몰고 남오세티야로 진격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러시아 국방장관은 “그루지야가 비열한 도전을 했다”고 비난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매우 슬프고 놀라운 일”이라며 “그루지아가 전쟁을 시작했고, 러시아는 보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남오세티아 영토 내 러시아 시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천명했다.

그러나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9일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투기를 동원해 하루 종일 그루지야 전역을 폭격했다”며 “특히 민간인들을 공격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 전투기들이 그루지야 영공에 침입, 민간인 마을에 대해 폭격을 가했다”면서 “우리의 국경선을 확보하기 위해 전 국민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군 병력을 5천명 늘어난 3만5천명으로 증강시킨 그루지야는 이날 예비군 총동원령을 내렸다.

현재 러시아가 개입된 이번 사태는 1991년 그루지야 정부군과 남오세티아 반군 간의 전쟁 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구 7만명의 남오세티아는 1991년 러시아에 속한 북오세티아 공화국과 통합하기 위해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 18개월 간 그루지야 정부군과 내전에 들어갔고 1994년 러시아 평화유지군 주둔을 조건으로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남오세티아는 친미 성향의 미하일 사카쉬빌리 대통령이 취임 직후 영토 통합을 추진하면서 그루지야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지난 2월 코소보 독립에 자극받아 본격적으로 독립을 시도했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그루지야로서는 남오세티아와 또 다른 자치 영토인 압하지야의 독립 움직임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압하지야가 완전 독립하거나 남오세티아가 러시아의 북오세티아와 합병할 경우 영토적 손실로 인한 국력 쇠퇴는 물론 흑해와 카스피해의 풍부한 자원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바쿠(아제르바이잔)-티빌리스(그루지야)-세이한(터키) 송유관 중 약 100km가 남오세티아를 지나가고 있다.

반면 주민 80% 이상이 러시아 시민권자로 러시아 여권과 화폐(루블)를 사용하고 있고 투표권도 행사하고 있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야는 더 이상 그루지야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완전한 독립 내지는 자신들을 줄곧 지원해 주고 있는 러시아에 편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루지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도 이들 자치 공화국의 합병 추진을 내심 반겨왔다.

결국 두 자치공화국이 독립 의지를 쉽게 꺾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가 발 벗고 나선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날 남오세티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며 나토와 유럽연합(EU)도 무력 충돌 중단과 즉각적인 협상을 양측에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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