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견제위해 ‘천안함=北소행’ 외면하나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러시아가 여전히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의 ‘혈맹’을 강조해온 중국이 비협조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역시 입장변화의 조짐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정부의 ‘천안함 외교’가 벽에 막힌 분위기다.


당초 러시아가 지난달 말 전문가 팀을 한국에 보내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검토할 당시만 하더라도 외교가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입장변화를 보일 것이라 기대됐다.

그러나 “러 전문가들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는 언론보도들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실제 지난 14일 합조단 브리핑에서도 대부분 이사국들은 ‘과학적 조사다. 설득력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러시아는 각국의 지지발언에 “입장표명이 아닌 기술적인 질문을 하는 자리”라며 제동을 걸었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반응에 외교 당국도 당황하며 설득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입장변화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1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20여 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유엔안보리 협의 과정에서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이 돌아왔을 뿐이다.
 
때문에 러시아가 자체 조사결과를 2~3주 내에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중립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소한 ‘천안함=북(北)소행’이라는 입장을 발표하길 기대하는 정부로서도 대(對)러시아 설득외교에 더욱 주력할 계획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는 관측이다. 사실상 러시아가 ‘중립’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외교적 성과’라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한반도 안정 우선 ▲미국 견제 ▲대(對)러 레버리지(지렛대) 부재 등의 이유로 향후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중립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대(對)한반도 전략적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와 대치적 외교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핵화 문제가 아닌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천안함 대응조치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영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안보문제에 있어서 북한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중립적 입장이 안보적 이익에 부합된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천안함 사건은 핵문제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는 스탠스를 보일 것”면서 “무엇보다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법을 따져 봐도 향후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고려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컨트롤하고 압박할 대(對)러 레버리지가 부재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협조를 얻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러시아가 취해온 한반도 안정 및 충돌 방지 우선 정책을 선회시킬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의 획기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한미동맹을 통한 대러 설득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 연구위원은 “미러간 획기적인 관계개선 되지 않는 이상 러시아는 북한쪽을 옹호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미국과의 경쟁관계로 인해 북한을 옹호해야할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과 러시아도 수교한지 20년이 됐지만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압박한 지렛대가 현실적으로 없다”고 지적했다.


여인권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엔안보리에서 이란 제재안을 채택하는 등 미러 관계가 재정립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이 비핵화와 별도의 사안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중립적인 입장을 보일 것”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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