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리스크’ 보장하면 가스관 사업 탄력”

24일 열릴 예정인 북러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3국을 연결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경협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북러간 협의가 진전된다 해도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가스관 프로젝트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김정일의 이번 방러도 사전에 이와 관련한 협의가 이뤄진 후 진행된 만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천연가스관의 북한 통과 협조를 부탁하는 전문을 김정일에게 보냈으며, 최근에는 한러·북러 간 에너지 당국 및 외교 당국자들 간의 접촉도 활발히 이뤄져 왔다.


지난달 8일 방러한 김성환 외교장관도 러시아와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당시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가 가스관 연결의 관건을 쥐고 있는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 중이며, 북한도 예전에 비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가스관 건설 합의는 년간 1억~1억5천만달러로 추정되는 수수료를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혹적일 수 있다. 4만7000명이 넘는 근로자를 파견해 년간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개성공단과 비교했을 때도 가스관 건설 합의에 따른 외화 수입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2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러시아가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북한도) 무엇보다 상시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스관 건설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관련 당사국간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북한이 실제적으로 현금을 챙길 때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합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러가 가스관 관련 협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는 남한을 설득하는 작업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남한 입장에서도 기존 수입 루트를 대체하는 가스관 수송은 운송비를 대폭 줄이는 경제적 이득이 있지만, 남북관계에 따른 영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지난 2008년 러시아와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도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음에도 사업 진전이 어려웠던 점 역시 남북관계 경색이 원인이었다.


따라서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 안보를 보장해 주면 우리 정부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스관 건설 사업에 정부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할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을 통한 가스 수입에 따르는 리스크를 러시아가 책임질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야만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북한 리스크로 인한 손해를 러시아가 책임지는 틀 안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같은 위험 보장을 한다 하더라도 실제 사업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북러가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해 합의를 하더라도 남한을 제외한 합의는 현재로서 큰 의미가 없다”면서 “러시아가 북한 리스크에 책임을 지겠다고 보장을 하더라도 북한이 남북관계에 따라 가스관을 이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