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새 대통령 메드베데프, 푸틴 권력연장 음모?

2일 실시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후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가 당선됐다.

메드베데프는 70%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고,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는 18.1%,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노브스키는 9.8%, 민주당의 안드레에 보드다노프는 1.2%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1, 2위 후보간 2차 투표를 실시하도록 러시아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메드베데프가 압승을 거둠으로써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결정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퇴임식과 함께 물러나고 오는 5월 7일 메드베데프가 취임하면 옛 소련 붕괴 이후 전임자가 임기를 완료한 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이양하는 첫 사례가 된다. 특히 올해 42세인 메드베데프는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러시아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에 등극하는 영광을 안게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대선은 야당이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선거 감시 활동의 보이콧을 선언했고, 푸틴에 우호적인 상하이협력기구(SCO) 및 독립국가연합(CIS) 소속 감시단만이 참여한 해외 선거감시단 활동은 작년 총선 때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

특히 여당 후보에 대한 미디어의 편파 보도가 공정성 시비를 낳았고, 지나친 관권 개입의 오점도 남겼다.

주가노프 공산당 후보는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러시아 전역에서 200여건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발견되었다”며 “우리는 법원에 증거를 제시하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초점은 사실 메드베데프의 당선보다도 푸틴의 권력 연장 성사 여부에 맞춰져 있다.

푸틴은 대통령을 퇴임한 후 통합러시아당의 당수로서 총리직을 수행하겠다고 선언했다. 푸틴은 지난 12월 2일 치러진 러시아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의 1번 비례대표로 출마하기도 했다.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러시아 정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포석을 깔아논 셈이다.

3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없었던 푸틴 대통령은 총선 승리 후 메드베데프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세웠다. 국민들은 메드베데프의 선거가 아니라 푸틴의 선거라는 야유어린 풍자를 쏟아냈다.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것이다. 어쨌든 메드베데프가 당선됨에 따라 푸틴의 권력 연장은 순풍을 타게 된 셈이다.

메드베데프는 대선 승리가 확정된 3일 밤 붉은 광장에서 열린 콘서트에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해 “러시아의 안정을 확고히 하고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푸틴의 정치적 계승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메드베데프는 푸틴을 총리로 임명한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록 푸틴의 후광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메드베데프지만 향후 푸틴과 차별화된 행보를 걸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으로 누구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며 “헌법은 외교정책이 대통령에 의해 결정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푸틴이 가지는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중 속에 넓게 포진되어 있는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푸틴을 ‘국부’로 추앙하려는 움직임마저 공공연하게 보여지고 있다.

그동안 푸틴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계획, 코소보 독립문제, 이란 핵문제 등의 현안과 옛 소련 연방 국가들의 정치적 민주화와 관련 미국 및 서방과 번번이 대립해 왔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과 함께 강경일변도의 러시아 대외정책이 어떤 변화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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