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보다 강력하고 신속한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측 수석대표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부 아태지역 담당 차관과 회담하고 “한러 양국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더욱 강력한 신규 결의를 조속히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이와 관련해 러시아 측은 안보리 추가 결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기존 안보리 결의 2270호 등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속화 되는 데 대한 우리 측의 우려에 러시아가 공감을 표시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회담에 대해 우리 측 고위 관계자는 신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내놓는데 있어 기존 결의의 허점이나 틈새를 메우고 기존 제재 대상을 확대·강화할 것이며, 새로운 제재 요소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을 러시아 측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안보리가 더욱 강력한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게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안보리 신규 결의 채택 시점과 관련해, 러시아가 10월 한 달간 안보리 순회 의장을 맡는 만큼 이 기간 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려는 노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러시아와의 회담을 끝으로 미·일·중·러 6자회담 수석대표 간 협의를 모두 마무리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안보리 대북 결의를 포함해 대북 압박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양측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언론보도문에서 “양측이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견해를 교환했다”면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기존 결의들을 보란 듯이 무시하는 데 대한 공통의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 외무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겨냥해 “정치·군사적 압박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비생산적임을 (모르굴로프 차관이) 지적했다”면서 “이와 관련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 계획이 지역 안정과 안보에 위험하다는 점도 언급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지역의 전반적 군사·정치적 긴장 완화와 대결적 구도 타파를 통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는 새롭고 창의적 접근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러시아가 북핵불용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군사적 대응 조치 대신 북한과의 대화 재개 등을 비핵화의 해법으로 지속 피력하는 만큼, 안보리 신규 결의 등 추가 제재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한미일이 기대하는 만큼의 제재 공조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날 회담은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오전 11시부터 약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