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북 제재 태도 `헷갈리네’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만 고립은 안된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북한 핵과 미사일 실험에 대해 모른 체하지 않겠지만, 북한을 고립시키는 조치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북한의 핵실험 사실이 전해지자 2006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규정하면서 강력히 비난했고 비핵화 노력을 저버린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러시아는 다른 안보리 회원국과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합의해 놓고 막상 제재안 협의에 들어가면서부터 한발 물러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2일 러시아 정부 기관지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안보리) 결정은 강력해야 한다면서도 “장래 한반도와 역내 안정을 공고히 하려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3일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는 안보리 결의안에 몇 가지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겠지만 `경제적 금수조치(embargo)’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 결의안은 핵확산 위험을 줄이고 6자회담을 다시 여는 데 목표를 둬야지 북한 주민의 삶을 악화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추르킨 대사의 발언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1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언급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메드베데프는 당시 “우리는 경제적 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포함, (북한의 핵)프로그램들을 저지하기 위해 특정한 메커니즘을 도입하거나 현 사태를 비난하는 새롭고 진지한 결의를 수용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기된 제안들을 지지한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러시아 정부 안에서도 대북 제재를 두고 혼선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러시아 측 입장은 북한을 너무 고립시켜서는 안 되며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중국 측 태도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 역시 기존의 유엔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북한의 국외 자산 및 금융계좌 동결, 북한을 오가는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 등을 추가한 새 결의안이 너무 강경하다는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지난 2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양국이 안보리 제재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때에도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면서 미국과 일본, 한국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이런 태도가 강경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도출되면 북한이 6자회담을 완전히 파기할 것이고 그 경우 러시아로서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행사할 지렛대를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극동 경제 발전과 에너지 수출 통로로 북한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북한을 고립으로 이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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