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김정일 불러 적극 설득할 것 있다”

북한 김정일이 방중(訪中) 석달만인 20일 오전 러시아를 방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24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前 대통령)와의 만남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은 양국의 경제·외교적 협력이 절실하다는 상호 이해가 일치되면서 전격 성사된 것으로 관측된다. 한달 전 양국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유로 사전 조율 실패가 지적되고 있어 이번 회담에 앞서 양국간 만족할 만한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일에게 보낸 광복절 축전에서 “러시아와 남·북 간 가스화·에너지·철도 건설 분야 3자 계획을 비롯해 모든 방향에서 북한과 협력을 확대할 뜻이 있다”며 경협 의지를 보였다.


북한 또한 러시아와 가스관 협력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에서 북한과 한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사업 논의가 급진전 되면서 양국이 이 사업 성사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러를 잇는 러시아의 가스관 설치가 성사될 경우 한 해 가스관 통과료로 1억달러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에 북한 노동자를 적극 참여시키면서 양국간 노동력 수출 문제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건설 노동자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가 활발해지면서 북한에서 대규모 인력 파견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 해결을 위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 김정일이 러시아를 방문한 당일 평양 장마당에서는 쌀값이 2600원까지 폭등했다. 수해 영향으로 내년 식량난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지원 확대는 북한 정권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는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외교적 지원이 여전하지만 북한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에서 러시아를 끌어 들여 경제, 외교적 실리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러시아도 최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약화를 만회하고 가스관 등 에너지 수출 사업 성과를 위해 이번 정상회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러시아는 북한의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 9월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를 극동·시베리아 지역 개발을 위한 외국 투자 유치 홍보전 기회로 삼으려 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이나 도발 등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상징적인 면도 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시의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러시아가 김정일을 불러 설득하려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부소장은 이어 김정일이 지난 방중에서 경제적 지원을 원하는 만큼 얻지 못하자, 이에 대한 일종의 시위성으로 러시아를 방문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 외에도 대화를 할 상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6자회담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키워주는 동시에 경제적 지원을 받아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도 나쁘지 않은 계기라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도 방중 때와 같이 만족할 만한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지수 명지대 교수는 “김정일이 손 벌릴 때가 없어서 러시아를 붙잡은 것 같다”면서도 “경제적 성과를 얻는 것을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사전에 실무진에서 아젠다를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는 아젠다를 정해서 해결방안을 하자고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실무진에서는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항상 북-러 정상회담을 하면 선언적인 것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김정일이 북한 내 권력 엘리트들에게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방문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김정일이 북한 내에서 신경쓸 일이 별로 없지만, 권력 엘리트들의 불평, 불만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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