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고되어 있는 등 북러 밀착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일부 지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 등에 북한 노동자 수가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최근 여성 노동자들의 러시아 유입이 눈에 띈다”면서 “남성의 경우 대게는 건설 현장에 파견되나 여성들은 의류나 해산물 가공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대북 소식통도 “조선(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을 거쳐 러시아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 노동자들을 지난 3월부터 대거 귀국시키면서 북한 당국이 새로운 외화벌이처로 러시아에 눈을 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모스크바로 가는데 왜 단둥을 거치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단둥에서 일하던 사람들 중엔 비자 때문에 귀국했다가 러시아로 간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017년 대북제재 2397호를 채택해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비자 연장과 신규 발급이 금지되면서 올해 말까지 해외에 체류 중인 노동자은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유엔 결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가 증가한 것은 북한 당국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제재에 구멍을 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소식통은 “제재가 강화되면서 조선 쪽이 학생이나 기술자 신분으로 노동자를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북한 당국은 러시아에도 인력을 송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방문 비자로 취업을 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파견했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 연구위원은 “대북 제재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통계와의 비교 및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파견에 주력하는 것은 고갈되고 있는 통치자금 상황과 관련있다는 평가가 많다.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수가 급감하면서 당상납금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 해외 파견 노동자를 관리하는 북한 지배인의 전언이다.
한편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곧 출발할 것이라고 북한 매체가 공식 보도한 가운데, 김정은이 러시아에 어떤 요구를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현재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 연장 문제를 포함해 인력 파견에 협조를 요청하거나 에너지 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북한은 러시아에 경제협력과 지원을 확대하면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법을 원할 것”이라며 “러시아도 북한 핵문제를 이용해 미러 관계에 활용하고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북 제재 상황에서 러시아도 공공연하게 제재를 위반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를 거쳐 제3국에 수출한 사례가 있었던 것처럼 우회적 협력은 가능하나 전면적인 공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