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20년 숨어 지낸 北노동자, 체포돼 북송 위기”

러시아에서 20년 가까이 도피 생활을 해온 북한 노동자가 러시아 경찰에 체포돼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온라인 신문 ‘폰탄카’는 이 도시에서 숨어 지내던 최명복이란 이름의 북한 노동자가 최근 현지 경찰에 체포, 법원으로부터 송환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 씨는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 파견돼 일하다가 지난 1999년 일터에서 도주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숨어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를 북송하는 데 대한 법원의 결정은 오는 10일 집행되며, 현재 최 씨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 수용소에 억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와 북한이 지난해 2월 체결한 ‘불법입국자와 불법체류자 수용과 송환에 관한 협정’의 일환으로, 당시 해당 협정이 러시아에 도피 중인 탈북민을 강제 북송시키는 데 악용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최 씨의 북송을 막기 위해 항소를 추진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에도 최 씨 보호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한편 최 씨는 국내 입국 탈북민 수가 많지 않았던 1999년에 작업장을 이탈했다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신변이나 이동 중 체포 등을 우려해 러시아 현지에서 행방불명 상태로 숨어 지낸 것으로 보인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소위 ‘탈북 루트’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1990년대 말에는 일터에서 탈출해도 오갈 곳이 없어 상당수 북한 노동자들이 현지에서 숨어 지내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고 한다.

최 씨에 대한 북송 판결이 내려져 북한 보위부로 인계될 경우, 송환 전 현지에서부터 극악한 처벌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데일리NK가 러시아 현지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탈북했다가 붙잡힌 북한 노동자들은 현지에서 감시를 담당하는 보위부원들에 의해 신체가 훼손되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당한 뒤 강제 북송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소식통들은 보위부가 탈북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북한 노동자들에 대해 시범겜(본보기) 차원에서 아킬레스건을 절단하거나 심지어는 강제로 눕혀 놓고 굴삭기로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무자비한 인권 유린을 자행해 추가 탈북을 막으려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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