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도 이상 동향… “신규 北 노동자들, 건설현장에 배치”

소식통 "북러 정상회담 후 러시아발 북한행 화물열차도 늘어"

지난 6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건설되고 있는 빌딩, 북한 노동자들이 안전장구 없이 건물 난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최근 미국이 북한 해외근로자 송환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서한을 유엔 회원국들에 발송한 가운데,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북한 노동자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중국의 사례처럼 취업비자가 아닌 산업연수생 혹은 학생비자로 러시아에 입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에도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북한 두만강역을 통해 러시아 하산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북한 노동자들은 주로 하바롭스크와 우수리스크로 파견되며 대부분 건설 노동자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로 입국한 북한 노동자들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많은 수의 신규 인원이 러시아 건설현장이나 일부 공장 또는 벌목장에 배치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유엔에 제출한 중간 보고서에서 자국에 체류 중인 북한 근로자 숫자가 2017년 말 3만 23명에서 2018년 말 1만 1490명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적으로 비자를 발급받고 러시아에서 근로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 수는 감소했을 수 있지만 노동비자가 아닌 학생비자 또는 임시체류 등 우회적 방법으로 신규 북한 인력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고된 노동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 한쪽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노동 환경이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 위치한 극동연방대학교 부속 건물에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새벽 5시부터 밤 9시 혹은 11시까지 평균 하루 15시간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는 “로씨야(러시아)는 요즘 낮이 길어 밤늦게까지 조명도 없이 일을 한다” “종일 썩어지게(힘들게) 일을 한다”는 북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고생을 해도 기업소에 1200달러 내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다”는 현실 판단을 하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에서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러시아 파견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년 이상 러시아에서 일을 하고 있는 고숙련 북한 노동자들 중 일부는 기업소에 충성자금 명목으로 1000~1300달러만 납부하는 조건으로 스스로 일감을 얻어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프리랜서 자격을 얻는 셈이다. 소식통은 “기술이 좋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활동을 한다”며 “한 달에 2000~3000달러를 버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건설되고 있는 빌딩(지난 6월 촬영). 이곳에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소식통

러시아 기업들도 북한 노동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북한 노동자는 인건비가 싸고 기술이 좋을 뿐만 아니라 일손이 빠르다”며 “러시아 건설사가 북한 노동자 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 내에는 릉라도, 남경, 철산 무역회사 그리고 17호 건설회사 등 약 23개의 북한 기업소들이 북한 노동자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하바롭스크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한 북한 무역회사는 약 2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이동과 외부접촉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 노동자들이 자주 이용했던 우수리스크의 한 시장에서도 현재는 북한 노동자들의 자취를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는 다수의 북한 노동자가 파견되어 있는 중국 동북 지역에서의 움직임과 유사(▶관련 기사 바로 가기 : “中 파견 북한 노동자들 꽁꽁 숨기고 제재 회피 방안 강구”)한 것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명기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의 완전 송환(12월 22일)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눈길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화물 열차가 늘어났다”며 “이 열차에 식량과 공산품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난 지난 4월 이후 러시아의 대북 수출이 제재 이전 수준을 회복할 만큼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북러 밀착이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 기술교류생-학생으로 중국 체류 노동자 교체”
▶中서 물건 사서 北으로 나르는 ‘무비자’ 북한 노동자들
▶北관리자의 갑질 횡포… “해외파견 노동자 월급 착복 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