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0일 북한의 핵실험 주장을 “핵보유국이라는 협상 입지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주장”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이는 앞서 지난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가기 직전 핀란드에서 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 무력공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발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논란을 일으킨 것과 대비된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 주장의 진위를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그러나 우리는 그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는 ‘핵보유국이라는 협상 입지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주장(a political claim if nothing else that tries to get the bargaining position of being a nuclear power)’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인터뷰 처음부터 “거의 6년간 (부시 행정부에) 있으면서 김정일과 관련된 일을 해왔는데 총체적 실패처럼 보인다” “(제네바 합의가) 클린턴 행정부의 실책이었다는 말이냐” 등의 공격적인 질문을 계속 받았다.
이에 라이스 장관은 “북한은 수십년전부터 핵무기 추구를 시작했다”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을 갖고 누구를 비난하겠다는 게 아니다”는 등으로 답하며 다소 수세로 몰렸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천명함으로써 중요한 선을 넘었다”고 말했다가 프로그램 진행자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인가”라고 확인성 질문을 하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 분석중”이라며 ’정치적 주장’이라는 대목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라이스 장관의 이러한 말은 북한의 의도에 대해 핵보유국이라는 흥정 입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점 때문에 시선을 끈다.
물론 라이스 장관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려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 말의 초점은 핵보유국에 있지 “흥정(bargaining)”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북한의 핵실험 성공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엄청나게 큰 일(massive event)이냐고?, 아니 그냥 일이다”라고 말하는 등 미 행정부는 북한 핵실험 발표를 낮춰보려는 태도를 취했다.
북한 주장을 뒷받침할 폭발력 등 확고한 물증이 아직 잡히지 않은 데다, 북한의 발표 이후 미 국내에서 ’부시 행정부 들어 도리어 북한의 핵위협이 커졌다’는 등 부시 행정부 대북 정책의 총체적 실패론이 거세지는 것을 의식한 면도 엿보인다.
이런 기류 속에서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발표의 군사적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을 지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핵보유는 물론 핵실험을 했다는 발표 자체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라는 미 행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또 스노 대변인,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 등은 북미 양자 직접대화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핵무기 위협을 바탕에 깐 정치적 거래 요구엔 양보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