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한중일 순방…깊어지는 정부 근심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18일 일본을 시작으로 나흘동안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북아 3개국을 `속성으로’ 순방한다.

라이스 장관은 19일 오후 늦게 서울을 방문해 20일 오전 청와대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동영(鄭東泳)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과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이들 면담에서는 무엇보다 장기간 표류에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북핵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의 방한을 기다리는 정부내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부시 2기 행정부의 기조가 강성으로 흐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라이스 장관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모종의 카드를 내놓기 보다는 `무조건 6자회담 복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데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라이스 장관의 대북 강경발언과 이에 맞선 북한측의 라이스 비난이 연일이어지고 있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근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가 지난 11일 워싱턴 타임스 회견에서 북한이 `폭정의 잔존기지’ 발언에 대해 사과와 철회를 요구한데 대해 “내가 진실을 말했다는 데는 추호의 의심도 없다.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과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일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가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오명을 쓰고 회담에 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한 것을 시작으로 연일 그를 집중 비난하고 있다.

박의춘 주러시아 북한대사는 17일 “우리는 조건이 성숙되면 6자회담에 언제든지 참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미국이 (회담) 당사국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공격적인 수사를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라이스 장관이 서울에서 특별히 북한을 자극하는 얘기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북한의 요구대로 `폭정의 잔존기지’ 발언에 대해 사과 비슷한 것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정부가 라이스 장관에게 6자회담 재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고 우리는 라이스 장관이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유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사과요구에 대해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미국의 일”이라고 답변했다.

정부가 또 하나 부담스러워 하는 점은 방한에 앞서 라이스 장관이 도쿄에 들러 `가짜유골’ 사태를 계기로 대북 제재론이 고조되고 있는 일본 정부와 먼저 향후 북핵대책 기조를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다.

작년 6월 3차 6자회담 당시만 해도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와 공조를 통해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기조를 누그러 뜨리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으나, 최근에는 미국 보다도 더 앞장서서 대북 강경기류를 부추기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북핵 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에 `하나’의 몫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반'(半) 정도의 역할 밖에 못하고 있을 뿐더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3국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독도 문제를 `도발’하고 나서 한일관계의 악화를 초래하고 나선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정부는 이번 라이스 장관의 방한시 지난 번 헨리 하이드 미 하원국제관계위원장의 `주적 발언’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정면으로 비판한 데서 드러나듯이 미국 정부에 대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병행 추진 입장을 다시 한번 재확인하는 등 어느 정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의 중국 방문(3월 22∼27일)시 북-중 협의와 관련, “6자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하겠지만, 딱 부러지게 결론이 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2월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을 해놓고 그렇게 빨리 나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라이스 장관의 순방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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