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카이로서 중동 민주개혁 역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20일 이집트 명문 카이로 아메리칸대학에서 중동 정치개혁과 민주화에 대해 연설했다. 지식인과 작가, 언론인 등 700여명이 강연에 참석했다.

라이스 장관은 오는 9월 이집트 대선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분위기에서 치러져야 한다는 점과 미국은 중동 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이 지난 60년간 중동에서 민주주의를 희생시켜 가면서 안정을 추구했으나 그 어느것도 얻지 못한채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집트를 방문했던 미 고위 관리들 가운데 가장 솔직하고 신랄하게 이집트정권을 비판했다. 24년째 유지되고 있는 비상계엄과 지난달 국민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폭력, 비민주적 재판절차 등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라이스 장관은 정당원들과 정치ㆍ시민운동 단체원들을 만났다. 그러나 최대 이슬람 정치운동단체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에 최대 견제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초청하지 않았다.

세속 정치운동 단체로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임 반대, 계엄철폐 등을 외치며 대중 정치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키파야운동 관계자들도 강연에 참석하지 않았다.

양대 단체 간부들은 라이스 장관의 연설에 초청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명의 키파야 운동원들은 “라이스 방문 반대” “부시는 물러가라” “미국의 식민화에 반대”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키파야운동 간부인 압델 할림 칸딜은 라이스 장관의 방문에 대해 “이집트 정권이 미국의 추종자이며 미국이 이집트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라이스 장관은 그동안 무성하게 나돌던 부시 행정부와 무슬림형제단간 비공식 접촉설을 일축했다.

이슬람법인 샤리아의 평화적 실천을 추구하는 무슬림형제단은 최근 수개월간 광범위한 정치개혁 시위를 주도해왔다. 정부는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를 전후해 2천명의 형제단원을 연행했다가 최근 풀어줬으나 아직 수백명을 구금중이다.

라이스 장관은 무슬림형제단과 가까운 장래에 접촉할 의사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진보야당 알-가드의 아이만 누르 대표는 예정대로 만났다. 라이스 장관은 이집트 정부가 창당서류 위조혐의로 누르 대표를 구금하자 지난 3월 예정됐던 이집트 방문을 취소한 바 있다.

라이스 장관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개헌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가 “변화의 문을 잠그고 있다”며 “이제는 이집트 정부가 자국민을 신뢰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정부는 국민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해 자국민과 전세계에 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의 연설에 대해 지식인들과 분석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무바라크 정권에 대해 더 강력하게 민주화를 촉구했어야 한다는 지적과 미국은 이집트의 민주주의에는 관심이 없고 역내 영향력 확보에만 관심이 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그렇지만 그가 카이로를 방문한 어느 미국 고위 관리들 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이집트의 정치현실을 비판한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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