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제2차 결의문 들고 동북아 순방

예상대로라면, 오는 17일 일본, 한국, 중국 방문길에 오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유엔 안보리의 제2차 대북 결의문을 들고 간다.

그런 만큼 라이스 장관의 이번 동북아 순방은 결의에 들어있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따른 제재 방안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3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목적이다.

일본은 이미 안보리 결의보다 일부 강한 제재 대책을 발표했으므로, 라이스 장관의 주된 목표는 한국과 중국의 협력을 얻는 것이다.

일본에선 대북 제재를 위한 미.일 공조를 과시하고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지킨다는 안보공약을 재확약하는 게 가장 두드러진 활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실험 발표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을 이란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국제 제재망을 단단히 친다는 목표다.

따라서 일본이 이란 석유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 등으로 인해 대이란 제재엔 주저하고 있는 점과 관련, 라이스 장관은 안보리의 대북 결의 후 후속조치로 구상하고 있는 이란 대책을 위한 일본의 협력을 다짐받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숀 매코맥 대변인은 13일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3국 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금 세계의 초점은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도록 만들고, 북한에 (핵보유의)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북한의 명백한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동맹들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을 비롯한 미국의 대북 정책의 초점이 현재는 북한 핵개발의 진전을 저지하고 이의 제3자로 확산을 억지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6자회담에 돌아온다면 “국제사회가 환영할 것”이나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하는 “몇마디 말 하나마다 분석하면서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이번 기회를 “북한의 셈법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매코맥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했다는 핵실험을 “정치적 선언”이라고 표현, 위협을 통해 판돈을 올리고 보상을 챙기는 북한의 독특한 셈법의 하나로 치부했다.

방북한 러시아 외교차관으로부터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한 문제의 조기 해결을 원한다는 말이 외부로 전달된 데 대해서도,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렇다면 기쁜 일일 것”이라면서도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투표가 임박한 시점에 나온 점을 상기시키며 “북한의 치사한 수법(a little gamesmanship)도 명심해야 한다”고 코웃음 섞인 반응을 보였다.

라이스 장관의 동북아 순방에서 6자회담 재개 방안이 의제의 하나로 들어가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일단은 제재를 가하고, 협상이 재개된 뒤 북한이 다시 같은 수법을 쓰는 것을 봉쇄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고 매코맥 대변인은 거듭 강조했다.

이에는 한국과 중국이 대북 제재의 목적이 6자회담 재개를 가능토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회담 재개 방안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려 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는 뜻도 보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제 3자 확산을 저지.억지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의 이행과, 기존의 확산방지구상(PSI)을 위한 협력을 구하고 ▲5자 북핵 장관회동을 추진하며 ▲동북아에서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다자안보틀을 구축하고 ▲한국과 일본에 대해선 안보공약을 재확인하며, 중국에 대해선 대북 협력관계를 다지는 것을 이번 순방의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PSI의 경우, 매코맥 대변인은 한국과 중국을 명시적으로 들며 그동안 꺼려온 PSI에 대한 협력이나 참여 관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강한 입장을 직설적으로 나타냈다.

5자 장관회동의 경우 그동안 북한을 너무 소외시켜선 안된다며 이를 거부해온 중국의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북한의 인접국에서, 특히 만일 중국에서 북한을 배제한 5자 장관 회동이 열린다면,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 후 비등하는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패’ 비판을 반박할 때 동원하는 ’대북 5자공조 체제 구축’을 확증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차관은 최근 미국의 대북 전략을 5자 포위망 구축이라고 제시했고, 6자회담 태동에 참여했던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6자회담 구성의 본래 취지가 5자간 대북 당근과 채찍을 조율해 공동 제시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극도로 분노했으며, 지도부 내에서 대북 정책 기조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정설처럼 알려진 만큼, 중국이 이번엔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할지 주목된다.

특히 그린 전 보좌관은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북핵 설명회에서 5자 장관회동 뿐 아니라 ’5자 정상회동’ 추진안까지 제시해 시선을 끌었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5자 장관회동은 얘기되고 있으나 5자 정상회동은 못들어봤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이번에 주로 북한의 군사위협을 상정해 동북아 다자안보틀 문제를 제기하고 “공식적인 틀로 대응할 것인지, 비공식적인 틀로 할 것인지”를 역내 국가들에 묻겠다는 방침은 다자안보틀에 미국이 적극적이며 이 문제를 본격 논의해나갈 준비가 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역시 당면 초점은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한 지원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북한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데 있지만, 더 나아가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에서 취약한 고리로 여겨져온 한.일, 일.중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후 그동안 역사 문제 등으로 긴장과 알력, 갈등을 겪던 한.일관계와 일.중관계가 봉합되는 부수효과를 반기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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