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외교’ 날개 달았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질과 로버트 게이츠 지명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위한 쿠데타다’

미국의 한 정치평론가는 네오콘 핵심 럼즈펠드의 퇴장을 이같이 표현했다.

힘을 앞세운 ‘일방적’ 국제전략을 고집하며 라이스 장관의 온건한 외교노선에 사사건건 간섭해온 럼즈펠드의 퇴진은 라이스 장관의 행정부 내 입지를 굳히는 데 더할 나위없는 호재라는 것.

게다가 라이스 장관과 절친한 사이인 게이츠 전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후임 국방장관에 내정한 것은 ’라이스 외교’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럼즈펠드 장관이 ’외교는 내 일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부시 행정부 외교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온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전을 기획.주도하고, 북한과 이란, 시리아를 ’악의 축’으로 몰아부친 건 모두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장관 같은 네오콘 진영의 작품이다.

유엔 승인도 없이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고, 파병을 주저하는 유럽국가들을 향해 ’늙은 유럽’이라고 비아냥거려 미국 외교를 곤경에 빠뜨린 것도 이들이었다.

온건파인 콜린 파월 전 장관은 이들과 끊임없는 갈등을 빚다 1기 행정부에서 하차해야 했으며 라이스 장관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절, 체니와 럼즈펠드 진영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채 중요 정책결정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최근 발간된 책들은 밝히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럼즈펠드 장관의 경질이 발표된 뒤 “우리의 업무관계와 여러 해 동안의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냈으나, 유감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게이츠 장관의 지명에 대해서는 “그를 대단히 존경한다”며 반색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게이츠 장관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어 아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 임명 이후 외교정책에 관한 한 라이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니-럼즈펠드 라인은 라이스의 온건정책을 끊임없이 견제해왔으며, 결정적인 정책에 있어서 이들은 라이스가 넘기 힘든 벽으로 인식돼왔다. 북한과의 직접 대화할 지 여부를 둘러싼 물밑 갈등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럼즈펠드의 제거는 라이스 장관의 온건 외교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이며, 게다가 라이스와 호흡이 잘맞는 게이츠 장관을 국방장관에 앉힌 것은 ’라이스를 위한 쿠데타’라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팀 디킨슨은 9일 게이츠의 임명은 체니 부통령과 네오콘에 대한 ’진짜 타격’이라며, 묘하게도 이번 선거의 승리자는 민주당 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까지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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