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북핵신고 이행 여부 판단 아직 일러”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각) 북한이 핵신고 의무를 완수할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강조하며 싱가포르 회동 결과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프랑크 발터 스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6자회담에 따른 핵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우리는 아직 북한이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점에 와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북핵협상의 실무자 격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0일(현지시간) 美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싱가포르 회동’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마친 뒤 하루 만에 이어진 것으로, 싱가포르 회동 결과에 대해 美 국무부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유발시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힐 차관보가 “싱가포르에서 북한측과 만나 좋은 대화를 나눴고 싱가포르 회담이 북핵 2단계를 완료하는데 매우 도움이 됐다”며 “향후 2주간 북한과 합의한 여러 요소들을 이행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이 있을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언론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또한 “싱가포르 회담에서 10.3합의 이행이 완결 다음의 ‘제3단계 조치’까지 논의했을 것이며, ‘3단계’에선 ‘조선의 핵포기 대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라는 동시행동이 보다 심화되고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11일자 보도와도 분명한 시각차이 보이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프로그램을 해명하도록 이끌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아직 우리측 의무를 이행해야 할 때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점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제출하는 모든 핵신고 문서와 내용은 검증돼야 하고, 검증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검증은 단 시간 내에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확실한 검증 수단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북핵신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숀 매코맥 美국무부 대변인도 북한의 모든 핵신고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며 “북한이 의무를 완수하면 미국도 맡은 바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보상’을 재차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