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박의춘, 수뇌부 `메신저’ 역할하나

“북.미 간의 이번 만남은 한반도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콘돌리자 라이스 외교장관과 북한 박의춘 외무상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양자회동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관심이다.

ARF를 계기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외교장관회동은 23일로 예정돼 있지만 미 국무부 측은 북.미 양자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두 장관이 싱가포르에 1박2일 이상 같이 머무는데다 그동안에도 계획이 없었음에도 ARF를 계기로 전격회동한 사례가 있어 회동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을 앞으로 동북아안보체제의 틀로 전환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북.미 간에 양자회동이 이뤄진다면 검증체계 구축을 비롯한 현안은 물론 좀 더 큰 틀의 다양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라이스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이 각각 수뇌부의 `메신저’ 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북핵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서한 등을 박 외무상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외무상도 김정일 위원장의 뜻이라며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초청할 수도 있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다자안보협의체인 ARF는 그동안에도 북.미 외교장관회담의 무대가 돼 왔다.

첫 만남은 2000년 태국 방콕에서다.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 북 외무상은 역사적인 첫 북.미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 등 현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만남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부여됐으며 그해 10월 올브라이트 장관이 방북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다음 만남은 2002년 7월 브루나이에서였다. 당시는 그해 1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북한과의 양자접촉을 금기시해 북미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허락도 없이 백남순 북 외무상과 예정에 없던 15분간의 `커피회동’을 갖는 `사고’를 저질렀다.

이 만남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북.미 고위급접촉으로 북.미 간의 오랜 교착상태를 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불과 두달여 뒤 제임스 켈리 특사의 방북에서 예기치않은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 문제가 터지면서 빛을 보지는 못했다.

파월 장관과 백남순 외무상은 2년 뒤 인도네시아 ARF에서 다시 만났다.

제2차 북핵위기가 터지고 이에 대한 해결의 틀로 북핵 6자회담이 2003년 8월 출범한 이후 첫 북.미 외교장관 간의 만남으로, 20여분 간의 짧은 회동이었지만 북핵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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