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서 中추방 탈북고아 9명 北送 위기

라오스 당국이 탈북 고아(일명 꽃제비) 9명을 중국으로 강제 추방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들은 14~23세 정도의 남자 7명, 여자 2명 등으로 한국인 부부의 도움을 받아 지난 10일경 중국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 입국했다. 이 과정에서 불심검문에 걸려 적발됐고 16일경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있는 이민국에 억류됐다.

라오스 당국은 한국인 부부를 제외한 9명의 탈북 고아들을 조사한 뒤 우리 정부의 신병 인계 요청에도 불구하고 강제 추방 조치를 취했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라오스 당국은 통상적으로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자의 경우 1, 2주간의 조사 기간이 끝난 뒤 예외 없이 우리 측에 신병인계를 해왔다. 이번에도 라오스 측은 신병인계 뜻을 우리 측에 전달해 왔지만 라오스 당국이 갑자기 설명 없이 강제송환했다는 것이 관련 당국자의 설명이다.

당국자는 “라오스 당국의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더니 이례적으로 추방됐다”면서 “전날인 27일 이들을 인접국으로 추방했다고 우리 정부에 사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라오스 주재 북한 공관이 탈북 고아들이 들어온 것을 인지하고 라오스 정부를 외교적 압박, 강제 추방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중국·라오스 루트는 탈북자들이 국내로 들어오는 주요 루트 중 하나로 이번 루트에서 불심검문을 한 것과 추방 조치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특이한 점”이라는 게 당국자의 지적이다. 국내 입국 탈북자들 역시 라오스 정부가 탈북자임을 확인하고도 추방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 대사관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중국으로 추방되는 과정에서 이용된 비행기가 기존에 없던 노선인 점, 동승한 북한 인사 중 일부의 여권이 일반 여권이 아닌 관용 여권으로 파악된 점에서 라오스 주재 북한 대사관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국자는 “북한 주민들이 여행을 할 때 필요한 서류가 있는데 이들 9명에 대해 이 같은 서류가 구비되고 북한 측 인사의 호송을 받으며 라오스로부터 추방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 고아 9명에 대한 북송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의 입국을 지원하고 있는 한 단체 대표는 데일리NK에 “현지에서 이들(탈북 고아)을 돕던 관계자에게서 도움 요청이 있어 단체 관계자를 보냈다”면서 “현지 대사관에서 일이 잘 풀리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는 했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정부를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면서 “우리 대사관 영역에서 벗어났다면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생명과 연결된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라오스 당국의 조치만 믿고 탈북 고아들의 추방 과정에서 정부가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면 도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단체 대표는 “20일 동안 구금되어 있는 과정에서 결과가 이렇게 될 때까지 현지 대사관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탈북자들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외교부는 전날 오후 늦게 라오스 측으로부터 추방에 대한 사후 통보를 받은 뒤 윤병세 장관 주재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이경수 차관보를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탈북자들의 주요 입국 경로인 ‘동남아 루트’에 대한 북한 당국 차원의 추적 및 감시가 최근 강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외교부는 중국으로 추방된 이들의 동선 파악에 나섰지만 북한 당국이 개입해 추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들 9명을 안내한 한국인 부부 역시 라오스 당국에 억류된 상태로 라오스 주재 공관을 통해 이날 중으로 이들에 대한 면담을 진행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북한과 라오스는 2008년 6월 비엔티안에서 민·형사 사건에 대한 상호 법률협조조약과 상호 사회안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조약 체결을 위해 윤명국 북한 중앙재판소 제1부소장과 주상성 인민보안상(우리의 경찰청장) 등이 라오스를 방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