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암초에 걸린 `한완상 號’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이산상봉만큼은 재개하자.”

유엔 총회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한국의 찬성 입장 표명이 그동안 외롭게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부르짖어온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에게 또다시 ’찬 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는 최근 여러 차례 ‘미사일 발사, 핵실험 상황에도 불구하고’ 화상상봉과 대면상봉을 재개할 것을 외롭게 촉구해왔다.

한 총재는 지난달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상봉 재개를 촉구했다.

또 같은 달 27일 한적 101주년 기념식에서는 “남북 적십자사는 헤어진 혈육을 찾으려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에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조선적십자회에 적십자회담 조속 개최를 촉구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민주노동당 방북단을 통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적십자회담 제안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에는 어떠한 조건도 붙이지 말아야 한다”며 긍정적인 화답을 보내기도 했다.

한 총재는 한 달 사이 북한을 향해 상봉 재개를 위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한 셈이다.

하지만 북측으로부터 ’만남’을 재개할 수 있는 어떠한 공식 답변은 없는 상태다.

민주노동당 방북단을 통해 들은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메아리’가 위안이 될 뿐이다.

17일 한적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이산상봉을 위해) 남북으로 오가는 것이나 진전 사항이 없다”며 “공은 북측으로 넘어갔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 총재는 인도주의 정신에 따른 이산가족 상봉의 당위성을 꾸준히 주장해왔지만, 남북 적십자회담이나 이산상봉이 국제정세나 정치적인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이산상봉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 직접적인 원인으로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쌀·비료 제공 거부를 꼽았다.

한 총재도 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큰 틀에서 장애요인이 제거되고 있다”며 이산상봉이 ’외부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조선적십자회의 이산상봉 및 금강산면회소 건설 중단 선언(7.19)과 북한의 핵실험(10.9),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10.15) 등 계속된 악재 후 남북 양측에서 적십자회담 재개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최근의 긍정적인 변화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북·미·중 3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해 이산상봉 재개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듯 했다.

하지만 18일 정부가 유엔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돌발변수’가 생겼다.

북한은 인권결의안 채택 후 강력 반발할 것이 뻔하고 적십자회담이나 이산상봉은 공방 속에 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중단 선언 후 넉 달 가까이 공전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대북 인권 비판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총재는 2004년 12월 취임 직후에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무기한 불참선언(2005.2.10)으로 ’불구하고 정신’에 커다란 난관을 맞았다.

’핵선언’으로 급속히 냉각된 남북관계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6.17)하고 서울에서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6.21-24)이 열리면서 해빙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1차 이산가족 화상상봉(2005.8.15)을 포함해 각 4차례의 화상상봉과 대면상봉이 이뤄져 인도주의 기치를 내건 ’한완상 호(號)’는 순풍을 맞았다.

특히 지난 6월 금강산에서 성사된 제14차 대면상봉에서는 납북고교생 김영남씨가 남측의 가족을 만나 납북자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곧이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이산가족 상봉 중단, 핵실험 등 대형 악재가 계속됐고 대북 수해지원이라는 처방마저 중단된 상대다.

여기에다 남한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인권결의안까지 통과돼 대북 인도주의를 흔드는 풍랑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북한은 인권결의안에 대해 유엔과 남한에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대화 채널을 다원화해 이번 결의안이 이산상봉을 포함한 남북관계에 악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조건없는 이산상봉’에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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