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벼랑끝으로 몰린 한반도 정세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끝없는 ‘벼랑끝 전술’ 구사에 맞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도 예상을 뛰어넘는 강경 조치로 대응하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향후 대응에 따라 국제사회와 북한간 ‘힘겨루기’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추가도발 여부 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현재 앞으로의 정세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북한의 움직임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가운데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목은 마지막 부분으로, 북한의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핵포함)와 관련된 각종 조치를 나열한 결의안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유의하기로 결정한다”는 문구로 마무리됐다.

북한이 또 다른 도발행위를 강행할 경우 안보리도 추가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 실험을 강행할 경우 이번 결의안보다 훨씬 강경한 또 다른 결의안을 채택하고 종국에는 북한과의 힘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물론 결의문은 “유엔 회원국, 특히 북한에,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삼가고 자제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 또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핵확산 금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북한은 `초강수’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을 통해 “미사일 발사는 군사적 자위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정례적 군사훈련의 일환이었다”며 “인민군은 앞으로도 자위를 위한 억지력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설득노력’마저 거부한 북한 수뇌부가 끝까지 ‘벼랑끝 협박’으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성을 찾고 국제사회와의 대립에서 벗어나 협상장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계속 시기를 놓치고 있다”면서 “북한에 두번씩이나 외면당한 중국마저 `북한 보호의지’를 꺾을 경우 사태는 북한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응방향은= 북한의 직접 상대방격인 미국의 강경 대응 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확고해 보인다.

과거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의 위협전술에 말려 이런 저런 타협을 한 결과 북한의 무리한 요구만 계속돼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절대 양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온 미국이다.

유엔 무대에서는 이미 대북 강경 결의안이 채택됐다. 따라서 미국은 결의안에서 규정한 북한의 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핵 포함)의 이전이나 수출 등을 막기 위한 다각적인 조치에 착수할 태세다.

여기에 이미 북한으로 가는 인적.물적 교류를 단계적으로 막기로 한 일본이 유엔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더욱 강한 대북 제재조치를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북한 설득에 주력해온 한국과 중국이다.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남북 채널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북한측이 보인 최근 움직임으로 볼 때 이 채널 역시 한동안은 ‘개점휴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 경협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마저 나온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과의 채널 유지에 너무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정부는 상황을 보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이번 사태를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당초 미국이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 5자회담은 `북한 대 나머지 5개국’이라는 구도 때문에 중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에 연거푸 외면당한 중국이 `1회에 한해’ 5자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5자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5개국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동북아 질서를 꺼리는 중국이 또 다른 차원에서 북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북한도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막판 국면전환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특히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이달 말 말레이시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북한이 현재의 강경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자세를 보일 경우 미사일 위기국면의 강도도 다소 조정될 소지가 있다.

이와 별개로 “현재 남쪽의 폭우사태가 북한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면 수해로 북한 지도부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의외의 변수가 미사일 국면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한 외교소식통의 발언은 음미해 볼만하다.

상당부분 국내 문제에 뿌리를 박고 있는 `북한 외교 방정식’의 특성을 대변한 그의 발언이 완전히 근거없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외교역량 총동원=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안보리 결의안 채택 등 사태가 악화되고 있지만 파국만은 피하기 위해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 등을 집중 협의했다.

그 결과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킬 어떤 조치도 하지 말고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정부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5자회담과 관련, 일단 6자회담 재개에 주안점을 두면서 외교력을 발휘하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향후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안보리 결의안의 취지를 감안해 유엔 회원국으로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 내용을 정리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채택된 만큼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을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파견해 후속 조치에 대한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면전환의 기대를 버리지 않으면서 냉정한 대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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