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매주 북한 경제에 대해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최근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 탓인지 주변에서 감기에 걸린 주민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식구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주부들은 가족들의 건강식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런 풍경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강미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 기자, 자세한 소식 전해주시죠.
네. 날씨가 추워지면 북한 주민들은 힘들 수밖에 없거든요. 참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저의 어머니도 감기기운이 있으신지 새벽마다 하시던 운동도 쉬고 계시는데요, 어머니 건강이 걱정돼 오미자차를 항상 준비한답니다. 어머니는 오미자를 따뜻한 물에 타서 한잔씩 마시면 몸도 훈훈해지고 감기기운도 없어졌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북한에서 사실 때 보양식을 만들던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오늘 시간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겨울철 보양식 마련과 관련한 시장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진행 : 네, 북한 주민들도 여름보양식과 겨울 보양식을 잘 챙긴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겨울 보양식,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 네, 겨울 보양식을 꼽는다면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메뉴들이 있지만 대중적인 것을 꼽는다면 닭곰이나, 토끼곰 그리고 돼지고기를 소금이나 된장독에 넣었다가 돌솥에 끓여서 먹기도 한답니다. 또 양강도에서는 꿀마늘도 인기이고, 유지고라는 보양식도 주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답니다. 또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오리찜을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살던 양강도에서는 90년대 말에는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늘을 꿀에 재워서 먹는 주민들이 많았거든요. 저도 2000년대 초 남편에게 먹이려고 꿀마늘을 만들었는데요, 솔직히 한 번 만들어 줬어요.(웃음) 꿀마늘을 먹어본 북한 주민들은 다 아시겠지만 삼키기가 힘들거든요, 마늘을 일주일동안 꿀에 재웠다가 한 번에 한 쪽씩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꿀에 재워둔 마늘 맛을 설명한다면 쌉쌀한 맛도 있고요, 또 마늘향과 꿀맛이 어우러진 것이 따로따로 복용할 때와 다르거든요. 보약이라서 그런지 삼키기 힘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하지만 대부분 남편들은 보약이니까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붉은 팥을 삶아서 설탕에 재워서 먹는 보약도 있는데요, 대중적으로 복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주민들은 팥으로도 영양을 보충한다고 합니다.
진행 : 네, 유지고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유지고랑 토끼곰 등 다양한 보양식들 중에 어떤 것이 인기가 많나요?
기자 : 네, 토끼곰이나 닭곰 그리고 유지고 꿀마늘 ,찜오리 등 대부분 만들기 쉬운 보양식들이인기가 많죠. 또한 큰돈이 들지 않아서 주부들의 부담이 크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토끼나 닭을 집에서 키우지 않는 주민들은 1년에 한두 번 먹을 수 있는 것이겠죠. 반면 집에서 토끼나 오리, 닭을 키우는 주민들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보양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집에서 닭과 토끼 돼지, 강아지 등 여러 종류의 가축을 길렀는데 닭곰은 가을에, 토끼곰은 여름, 그리고 단고기(개고기)국도 여름에 주로 만들어 먹었고요, 돼지고기는 겨울에 주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유지고나 꿀마늘은 가을부터 겨울에 만들어 먹었는데요, 유지고나 꿀마늘 재료가 가을이 되면 싸기 때문이었죠. 지역에 따라 조금씩 보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 먹는 시기도 조금씩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 : 꿀마늘을 만드는 방법은 이미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유지고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기자 : 유지고에 대한 설명을 드린다면요, 찹쌀 1kg을 가루로 만든 다음 달걀 10알, 기름 1kg, 설탕 1kg에 골고루 섞어서 토기 단지에 넣은 다음 무쇠 가마에 넣고 쪄냅니다. 서너 시간 증기에 쪄낸 후 뜨끈뜨끈한 가마 목에 24시간 뜸을 들이는데요, 뜸을 들인 유지고를 하루 한 숟가락이나 두 숟가락을 먹으면 된답니다. 유지고 이야기를 하니까 제가 남편을 위해 만들었던 유지고가 생각이 나네요. 남편이 간이 나쁜데다 술까지 많이 마셔서 건강이 정말 안 좋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혼자 장사해서 시집식구들까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다른 보약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대부분 유지고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노랗고 기름기가 찰찰 넘치는 유지고를 먹으면서 얼굴에 웃음을 띠던 남편이랑 딸애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진행 : 가을이 되면 보양식 관련 재료들의 가격이 싸진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가격을 알 수 있을까요?
기자 : 한여름에 꿀을 따는 경우도 있고, 가을에 따기도 하거든요, 꿀을 따게 되는 시기에는 꿀 가격이 하락하는데요. 현재 양강도에서 팔리고 있는 꿀 1kg의 가격은 24000원이라고 합니다. 꿀마늘을 만들자면 마늘이 있어야겠지요, 마을 1kg은 현재 130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장철인 지난달에 15000원을 하던 것이 2000원이나 내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팥 1kg은 5000원을 한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보양식을 만들어 먹기에 큰 부담은 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진행 : 북한 주민들은 토끼나 닭곰을 보양식으로 한다고 하셨는데 이 시기에 토끼나 닭을 시장에서 구매하는 주민들의 경우 한 번 보양식을 먹으려면 대략 얼마의 돈이 들까요?
기자 : 네, 보통 닭 한 마리는 큰 것은 2.5kg정도이고 작은 것은 2kg 정도이거든요, 양강도 위연 시장에서 현재 팔리고 있는 큰 닭 한 마리의 가격이 25000원이거든요, 토끼 한 마리의 가격은 평양시장의 경우 13300원이라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만들어 먹는 닭곰이나 토끼 곰에는 100g~150g 정도의 쌀과 항기, 복숭아 나뭇잎 등이 들어가는데요, 보양식에서 나는 약초냄새가 맛을 한결 더해주기도 한답니다. 보통 한 번 보양식을 마련하는 데 드는 돈을 대략 계산한다면 유지고를 복용하는 주민의 경우 6만원 정도가 소비되고 닭곰이나 토끼곰을 복용하는 주민은 3만원 안팎의 돈이 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행 : 네, 북한 주민들의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유지고나 닭곰 등의 단어가 생소하기는 했지만요,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재료들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보양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시장 물가 전해주시죠.
기자 : 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황해남북도와 일부 평안북도 지역에서 추수철을 맞아 쌀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는데요, 국경지역을 포함한 대부분 시장들에서 5000원 초반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5000원, 신의주 4800원, 혜산 54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 1kg당 평양 1000원, 신의주 1050원, 혜산은 1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40원, 신의주 8105원, 혜산은 814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는 1150원, 혜산 1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500원, 신의주 12000원, 혜산 110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8050원, 신의주 7950원, 혜산에서는 81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200원, 신의주 6200원, 혜산은 64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