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김정일 9월5일 담화’ 왜 나왔나?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10일 밤 9시 김정일이 지난 9월 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전달했다는 담화를 긴급 보도했다.

조선노동당 창당 63주년을 맞아 그동안 관심을 모아온 김정일의 공개행보는 나오지 않았으나, 밤 9시부터 조선중앙방송이 ‘김정일 담화’를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오후 8시12분부터 “청취자 여러분! 오늘 21시부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97(2008)년 9월 5일 당보 노동신문과 정부기관지 민주조선에 주신 담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 국가이다’를 보내 드리겠습니다”고 예고하며 “거듭 말씀드립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8시45분 김정일 위원장이 9월 5일 이 같은 담화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오후 9시 조선중앙방송은 “지금부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당보 노동신문과 정부기관지 민주조선에 주신 담화를 보내드리겠습니다”라며 담화 전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담화는 “우리 공화국의 60년 역사는 위대한 수령, 위대한 당의 영도 밑에 사회주의 조국을 일떠세운 위대한 투쟁과 승리의 역사, 위대한 창조와 변혁의 역사”라며 북한정권 수립의 정통성을 주장했다.

이어 “위대한 수령, 위대한 당이 위대한 나라를 일떠세운다”며 지난 60년간 김일성과 조선노동당의 업적을 자평했다.

또 “우리 공화국은 주체사상의 기치, 선군의 기치 높이 혁명의 먼 길을 걸어왔으나 우리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사회주의 강성대국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매체가 김정일의 담화를 보도하는 것은 평범한 현상이지만 9월 5일 자 김정일의 담화를 지금 시점에서 왜 내보냈는지, 또 조선중앙방송이 왜 사전에 별도의 뉴스를 통해 예고까지 했는지는 의문이다.

북한정권 수립 60주년에 맞춰 준비된 담화가 노동당 창당 기념일 밤에 긴급히 보도되는 점 또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날 보도는 김정일이 지난달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이어 노동당 창당 기념일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건강 이상설’의 증폭을 우려한 북한당국이 어쩔 수 없어 꺼내든 궁여지책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김정일 이후의 북한 및 북한 급변사태 대응책까지 제기되는 상황인데다, 9월 9일 김정일이 정권수립 60주년 열병식에 나오지 않았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퍼지면서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 날짜가 지난 ‘김정일 담화’를 내보냈다는 지적이다.

또 한편, 지난달 9일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에 김정일이 불참했던 이유가 건강 이상 때문이 아니라 이미 9월 5일에 노동신문 등에 담화를 내보냈기 때문에 굳이 열병식에 참석할 이유는 없었다는 점을 내외에 ‘해명(?)’하려는 일종의 ‘선전’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날 보도를 보면 김정일 담화가 이미 9월 5일에 전달됐다고 밝혔으며, 담화 내용은 북한정권 수립 60주년에 대한 경축의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이와 관련, 정보당국 관계자는 “아직 김정일의 신변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날 북한매체의 보도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