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맞는 일기예보, 자유로 불빛도 부담”

북한이 그동안 열린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됐던 우리 측 심리전 수단에 강한 거부감과 압박감을 나타냈던 일화들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북한은 2004년 6월4일 심리전 전면 중지와 심리전 수단을 철거하는 합의를 이끌어내기 전까지 군사회담에서 심리전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했다고 당시 군사회담에 관여한 관계자가 28일 전했다.


당시 국방부에서 군사회담을 총괄했던 A 예비역 소장은 “북한은 ‘6.4합의’ 전까지 진행된 군사회담에서 MDL 일대의 심리전 수단 철거를 강하게 요구했다”면서 “북측 군사회담 대표인 유영철(대좌)이 상관인 김영철(당시 소장)로부터 집요하게 지시를 받았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영철 대표가 “자유로를 오가는 차들이 왜 그리 많으냐. 차량 불빛도 우리에겐 부담이다”라며 해결책을 요구했다는 웃지못할 일화를 전했다.


북측 유영철 대표는 회담에서 “남쪽에서 일기예보를 방송하는 데 딱 들어맞는다. 우리 입장을 봐서 이것만 좀 봐 달라”고 심리전 중지와 철거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A 예비역 소장은 “우리는 선전수단을 일방적으로 철거할 수 없다. 상호 검증을 하자”고 맞받았다면서 “이에 북측은 개성지역에 설치된 김일성 우상화 구호를 실제 철거해 우리 측으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집요한 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천안함 침몰 사태 이후 우리 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 발표와 관련, 심리전 수단을 조준 격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A 예비역 소장은 “MDL 일대의 북한 초소에는 76㎜, 105㎜ 고사포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조준 격파 사격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사포는 직사포기 때문에 다량으로 발사하면 2~3㎞ 전방의 목표물을 격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측의 심리전 수단 철거 요구에 대한 우리측 대응과 관련, 그는 “어느 날 안보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군 수뇌부가 선전수단 철거에 반대한 나를 불러 ‘당신만 대북정책 전문가냐’며 정부의 (철거)방침을 따르도록 압박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국방백서에 표기됐다 사라진 ‘주적개념’에 대해서도 제주에서 열린 제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참석한 북측 대표가 “북남이 대치하고 있는데 주적이라는 말이 국방백서에 들어 있는 것은 문제”라며 주적 표기 삭제를 제일 먼저 꺼냈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군의 심리전”이라며 “2000년 초반 군사회담에서 북측의 최대 목표는 심리전을 무력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군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 발표 이후 지난 24일 대북 심리전 방송(FM방송)을 시작했으며 남측의 소식을 전하는 전단지 살포도 계획하고 있다. 내달 중순부터는 MDL 155마일 일대에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 방송도 재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은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던 자신이 우리 군의 협상대표(박모 당시 해군 준장)에게 ‘북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고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북측에 양보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남북장성급회담은 제1,2차 연평해전과 같은 서해 상 우발충돌 방지를 위해 우리 요구로 열렸다”며 “우리의 전략적 목표였던 서해 상 우발충돌 방지안을 관철시켰고, 이 과정에서 북측이 군사분계선 지역 선전수단 제거를 집요하게 요구해 우발충돌방지 합의 성사를 위해 북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이 ‘북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고 지시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당시 NSC 상임위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해 관계부처 논의도 거쳤다”며 자신이 독단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서해 우발적 충돌방지 추진 배경에 대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6월 제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사령관에게 ‘1,2차 연평해전과 같은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해 상 우발충돌 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특별지시했고, 이후에도 이를 강조했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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