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6개국 입장

18일 북핵 6자 수석대표회담의 개막과 함께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이번 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입장이 드러났다.

이번 회담은 2.13 합의의 초기단계 조치와 다음 단계 이행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북한이 수월하게 핵 불능화 이행의 범위와 시한을 받아들임으로써 쾌속 순항하고 있다.

먼저 북한은 올해 안에라도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자신들에게 절실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북핵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 북한 = 당초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문제 해결 이후 영변 원자로의 가동중단 발표를 계기 삼아 이번 6자회담에서 보다 강력한 상응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17일 북.미 간 사전 교차접촉을 거쳐 첫날 회담에서 보여준 북한의 태도는 일단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 등 다음 단계 이행에 대한 진정성이 담겨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불능화로 가는데 있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다든지 하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자신들도 빨리 불능화에 이르러 상응조치를 빨리 받으려는 의지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북한이 당초 우려를 불식시키고 미국의 요구를 수월하게 들어준 점은 자신들의 전력난과 경제난이 급박하기도 하지만 미국과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변화된 면모를 과시하겠다는 생각도 담긴 것이란 해석 이 많다.

BDA 문제로 신인도의 중요성을 절감한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측에 협상 가능한 상대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향후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을 손쉽게 얻어내려는 입장으로 분석된다.

◇미국 = 미국은 북한의 영변원자로 폐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검증단 수용을 고무적인 조치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에 2.13 합의를 조기에 이행할 수 있도록 다그치는 입장이었다.

일단 북한이 양자접촉에 이어 첫날 회담에서 핵 불능화 및 신고 조치에 대해 무리없이 수용한 것을 미국으로선 외교적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입장이 어느 정도 확인됨에 따라 회담 이틀째부터는 다소 여유를 갖고 임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핵확산 방지를 위한 외교가 성과를 거뒀다는 미국 언론의 호평속에서 부시 행정부는 올해안에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마치고 비핵화의 나머지 과정을 부시 대통령의 임기 전인 2008년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미국이 해결을 바라는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북한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국 = 한국도 미국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며 북한을 조기에 불능화 및 핵프로그램 신고로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옵션을 제공하며 아이디어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이미 1차 및 2차분 중유 원조를 북한에 제공한만큼 앞으로도 계속 원조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워 북한을 설득하는 한편 미국에도 북한이 원하는 양보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입장차를 좁혔다.

회담장 주변의 낙관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국은 북.미 간 신뢰를 높이며 입장차를 좁히는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 중재 역할의 모멘텀을 잃지 않았느냐는 추정을 낳고 있는 의장국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양자 협의를 주선하며 이번 회담이 성과를 내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의 요청으로 열리는 회담인만큼 중국은 이번 회담 개최에 다소 수동적으로 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회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중국은 각국의 의견을 수렴, 공동문건 초안을 회람시키며 자신의 역할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번 수석대표 회담의 주요의제로 ▲5개 실무그룹 회의의 일정 ▲6자 외교장관 회의의 일정 및 계획 ▲2.13 합의의 초기단계 조치 및 다음 단계 이행문제를 내세우며 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일본 = 자국인 납치 문제로 인해 북.일 간 실무그룹 회의가 소강상태에 처한 상황에서 일본은 조총련의 중앙본부 건물 매각을 가로막고 간부들을 조사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해왔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당국의 반발이 초강경으로 치닫고 있어 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돼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회담 직전까지도 일본측 수석대표를 불러 “(납치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대응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참의원 선거를 20여일 앞둔 내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대북 온건정책을 경계하는 자국의 정책적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2.13합의 이행의 전제조건으로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 해소를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언제라도 북한이 일본 문제를 내세워 합의 이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러시아는 북한에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원칙적인 자세를 갖고 회담에 임하고 있다. 회담 석상에서 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나머지 참가국과 연쇄 양자회동을 갖고 북.미 간 의견차를 좁히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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