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잘린 탈북女 “피고름 난 다리 보며 울었다”

▲ 30일 만난 박영선 씨. ⓒ데일리NK

지난 2005년 한국에 입국한 ‘두발 잘린 탈북자’ 박영선(가명·43)씨가 북한자유연대 수잔 숄티 회장의 초대로 다리 수술을 받기 위해 31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박 씨는 2003년 12월 중국-몽골 국경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 북송돼 북한 감옥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그 휴우증으로 두 다리를 잃었다.

박 씨는 2005년 탈북자 지원단체인 ‘피랍탈북인권연대’에 한국행을 호소하는 편지와 잘린 다리의 사진을 보내와 큰 충격을 던져줬다.

박 씨는 맞지도 않는 싸구려 의족을 두 다리에 낀 채 때로는 절면서 또 때로는 기어서 중국에서 미얀마, 라오스, 태국에 이르는 수천리 길을 돌아 한국에 들어왔다. (관련기사보기)

박 씨는 미국에서 치료를 받은 후 북한자유연대가 주최하는 각종 북한인권행사에 참가해 북한의 인권실태를 증언하고 4~5월 경 돌아올 예정이다.

출국 전 날인 30일 서울 마포구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박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 온 뒤 병원에 3달간 입원해 수술도 받았지만, 지금도 의족에 의지한 상태였다.

박 씨는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입국한 후로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걱정돼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다리 수술과 디스크 치료를 받으며 요양했다. 아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교회나 동사무소 등 주위에서 힘을 주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

▲ 한국에 오기 전 체류지인 태국에서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피랍탈북인권연대 제공>

탈북 과정당시의 심경을 묻자 “어렵다는 거야 더 말해서 뭐하겠느냐”고 말을 흐리면서도, 곧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좁은 감옥 안에서 누울 수도 없어서 빽빽이 앉아 하루 24시간을 보내야했다. 다른 사람들은 하루 종일 잠이라도 잤지만, 나는 다리의 고통이 너무 심해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하루종일 천장을 보며 눈물만 흘렸다”

“한국에 가려고 했다는 이유로 매 맞고 고문을 당했다. 다른 사람은 그래도 두 다리라도 성해서 견딜 수 있었지만 나는 진짜 악으로 버텼다. 두 다리에 피고름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리가 아파도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 안에서 당한 사람이 아니면 그 고통은 말로 표현 못한다. 나야 워낙 의지가 강해서 여기까지 탈출했지 맘 약한 사람들은 그 다 안에서 다 죽고 만다”

죽음의 고통 속에서도 박 씨에게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준 것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다. 엄마 없이 살아야 할 아들 생각에 어떻게든 살아서 한국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더욱 강해졌다.

“몽골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될 때는 죽으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아이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엄마 없이 어린 것이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앞섰다. 다시 잡혀가더라도 아들 때문에라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박 씨는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북한인권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인권을 위해 열심히 살고 싶다.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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