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지휘권, 갈라지는 한미전력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동아일보 2006-08-25)
한미 양국 간 군사 지휘권의 근본 체계가 바뀔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동맹관계에서 더 많은 책임을 갖겠다는 한국 측의 자연스러운 요구에 호응해 미국은 동맹의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주한미군사령관은 더는 동맹군 전체의 지휘자가 아니다. 둘째, 단일 지휘체계라는 개념 자체가 변형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지휘권이 넘어간다는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미래에 전시상황이 닥치면 양국이 사실상 자국 전력만을 지휘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국의 방침은 여러 면에서 합리적으로 보인다. 주권 국가이고, 민주주의 국가이며, 세계 11번째 경제대국…. 이런 모든 사실은 한국이 동맹에서 종속적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10대 군사 강국이며 아마도 5위권 내에 들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이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은 미군 주요 전력의 4분의 1 이상을 현장에 배치해야 한다. 미군의 연간 총군비(이라크 전비 제외)가 4000억 달러이므로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쓰는 것에 해당한다. 이는 한국군의 기여도에 비해 4, 5배 더 많은 것이다. 병력으로는 한국군이 더 많겠지만 미군 50만 명이란 수는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다.

아마도 일부 한국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국을 원치 않는 전쟁으로 끌고 들어갈까 걱정해서 동등한 지휘체계를 원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같은 걱정은 군사 지휘시스템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다. 군 지휘구조는 전쟁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과 미국 대통령, 즉 양국 국민의 공동 결정사항을 실행하는 작전 조직이다. 어떤 미군 4성 장군도 한국이 원하지 않는 전쟁으로 한국을 끌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지휘체계를 바꾸는 결정은 군사적 효율성에 근거해야 한다. 미래에 전면전이 발생하면 한국과 미국의 지상군은 서로를 피하면서 각자 별도의 공격 경로를 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쪽은 평양으로 신속히 이동하고 싶은데 한쪽은 그걸 원치 않는다면? 그렇다면 전장에서의 효율성과 협력을 담보할 수 있는 신속한 결정을 누가 내릴 것인가? 만약 한국군과 미군이 각자 평양으로 진격했다가 오인사격권 내에 들어간다면?

공군 작전에서는 더 나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정돼 있는 공군력을 어떻게 할당해야 할지 누가 결정할 것인가? 한국과 미국 공군이 서로를 적기로 오인하거나 상대방의 지상군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관제 기능은 누가 확실히 책임질 것인가?(이런 문제들은 현재의 이라크전쟁에서도 때때로 발생하고 있다.)

모든 측면을 다 고려해 보면, 현재 논의 중인 이 새로운 정책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고 제한된 전장(戰場)을 공유하는 전력의 지휘권이 분리돼 행사되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내 개인 생각에 연합사의 지휘권은 양국이 공동으로 행사하는 정치적 통제에 예속됐다는 점을 서울과 워싱턴이 명확히 하되,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휘체계를 바꾸기로 결정할 예정이라면 새로운 관계에 얽매이기 전에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과 한국은 전장에서의 새로운 위험뿐만 아니라, 북한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이 약해졌다고 감지하게 만들면서 대북 억지력 약화에 직면할 수 있다.

마이클 오핸런
△프린스턴대 박사 △의회예산국(CBO) 국방외교분석관(1989∼1994)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현) △저서 ‘한반도의 위기’(2003년) ‘사담 후세인 이후의 국방전략’(2005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