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知性의 고언 ‘역사의 그늘 거둬내고 선진화로’

‘대한민국 역사의 기로에 서다'(기파랑 刊)는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와 그의 제자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집이다.

대담을 진행한 두 학자의 삶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저자들이 가졌던 사상과 생각의 진화를 진솔하게 소회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심히 전망하고 있다.

평소 저자들의 삶과 학문적 깊이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필자가 감히 대담에 대한 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들이 뉴라이트의 대표 이론가 혹은 한국 역사학계의 이단아로 표현되듯이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논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서평을 쓰기에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이런 걱정도 잠시 잊고 그 내용에 빠져들게 되었다.

대담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안병직 교수의 삶과 사상적 진화를 소개하고 있다. 해방시기에 대한 기억과 6.25에 대한 경험 등이 매우 흥미로웠다. 안병직 교수는 서울대학 상과대학에 입학한 후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학생운동을 하게 된다. 그는 이후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론’을 주장하면서 한국사회 좌파운동의 이념적 지표가 된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의 자생적인 자본주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학자적 고뇌에 빠지게 되고 나카무라 사토루의 ‘중진자본주의론’을 접하면서 서서히 사상의 전환을 시작하게 된다.

이영훈 교수 역시 운동권 학생에서 역사학자가 되기까지 안병직 교수와의 인연과 그 과정에서 있었던 서울대 학생운동의 숨은 이야기들, 김문수 경기도 지사, 김근태 의원 등에 대한 기억들을 털어놨다.

2부와 3부에서는 근대의 태동부터 한강의 기적까지 한국경제의 발자취를 소개하며 안병직 교수가 식민지반봉건사회론을 뒤로하고 캐치-업 이론을 수립하게 된 한국경제사의 특징에 대한 대담이 실려있다.

안병직 교수는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맹아론은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일제시대의 본질 역시 문명의 이식과정에 있어서 문명사적 의의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는 경제의 논리로 이해해야지 윤리의 문제와 섞어서 따지면 혼란만 가중된다는 이야기는 인문학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4부에서는 역사의 그늘이란 제목으로 최근 우리사회에서 진행 중인 과거사 청산에 대해 논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혹은 매서운 비판과 비난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주제들이지만 저자들은 학자로서 진행한 연구에 근거해 담담하게 대담을 이어간다.

건국과 부국에 대한 이승만과 박정희의 긍정성, 일제시대 강제 동원과 관련한 정신대와 위안부의 문제 등 하나하나가 꺼내기 어려운 주제들 앞에서 저자들은 신화와 진실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선진화를 향해 우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통일을 둘러싼 남남갈등, 민족주의의 문제, 분단, 북한의 실상과 개혁개방의 가능성, 올바른 대북정책의 방향을 두 학자의 명쾌한 일문일답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대북정책에 있어 북한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심기위한 노력이 선행되야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제언한다.

또한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맞는 경제개혁과 교육에 있어서의 자율화 혁명, 뉴라이트 운동을 통한 국민들의 자유주의적 시민사회 형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끝으로 책을 덮으며 인터넷을 통해 이 책에 대한 평가를 찾아봤다. 역시나 눈에 띠는 것은 원색적 비난과 욕설, 그리고 두 학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모욕이었다. 민족주의의 신화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학자적 양심을 위해 당당히 대중 앞에 선 두 교수의 용기에 더욱 존경이 우러나왔다.

최소한 이 책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양 극단의 이데올로기를 차분히 성찰 해낸 두 학자의 진실하고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민수/자유주의대학생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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