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장사로 용기 잃지 않고 南정착 성공 꿈 키워”

“예전에는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서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는 줄로 오해하고, 미친 척 악을 쓰고 덤벼들었는데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먼저 아량을 베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아지는 게 느껴졌어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판매 종업원과 노점상을 거쳐 손두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탈북자 박소연(사진) 씨의 말이다. 박 씨는 원래 경기도 군포시 산본시장 한쪽 구석에서 고사리, 생필품 등을 팔았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겨울철 추위 등으로 모진 시련의 시절을 겪기도 했다. 


이런 힘든 나날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남한 사회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식(式) 손두부 전문점인 ‘콩사랑’이라는 가게를 차려, 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다. 


박 씨는 “한때 주변 사람들의 모진 말과 행동 때문에 괴로운 날도 있었지만,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꿈을 향해 나아갔다”고 말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새벽 5시부터 가마솥에 불을 올리는 성실함으로 만들어진 두부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는 “어떻게 얻은 삶인 데 작은 일 하나라도 허투루 할 수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성공적인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셈”이라면서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두부처럼 올 한 해도 그렇게 느리지만 정성들여 사는 게 바람이자 작은 소망”이라고 밝혔다.


드디어 ‘두부가게’를 차리다…꿈을 향해 힘껏 달리다


그는 콩사랑을 열기 전, 경기도 군포시에 자리 한 산본시장에서 노점상을 했다. 벌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길거리 장사는 녹록치 않았다. 시장 상인들이 와서 행패를 부리기도 하고, 겨울이면 차디찬 추위에 몸이 꽁꽁 얼기도 했다.


시장 안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게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 차에 시장 점포 하나가 매물로 나왔다. 그걸 보자마자 앞뒤 가리지 않고 덜컥 계약부터 했는데, 계약금을 내고 나니 당장 여유자금이 하나도 없었다. 잔금 치를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돈을 구할 곳은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누가 돈을 빌려주겠나 싶어 눈앞이 캄캄해진 그때, 갑자기 ‘동포사랑’에서 북한이탈주민들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내용을 본 게 기억이 났다. 그동안 모아둔 책을 다 뒤져서 ‘미소금융’이란 제도를 알아냈다. 덕분에 미소학습원을 소개받고 창업교육까지 받을 수 있었다. 미소학습원에서는 가게 운영과 관련된 전문경영 지식은 물론 인간관계 등 지금까지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성공 인생 찾아가기…손맛 담은 두부처럼 살아가는 게 소망



두부가게를 연 건 북한에서 먹던 두부 맛이 그리워서다. 남한 두부는 북한 두부랑 달리 맛과 향이 덜했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는 대부분 두부를 기계로 만들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방부제를 넣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창업교육을 받기 전부터 두부가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입에 맛있는 두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자신이 있었다고 박 씨는 말했다. 


2011년 6월 가게 문을 연 박 씨는 옛날 방식대로 가마솥에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마솥에 두부를 만들면 기계로 만든 두부보다 그 맛이 한결 깔끔하고 고소하다. 만드는 과정은 좀 힘들지만 기계로 만드는 두부와는 맛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정성을 담아 만든 두부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방송과 잡지에서 연일 취재를 하러 왔고, 저녁시간이 채 되기 전에 두부가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명절에는 수십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빈손으로 돌아가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그는 말했다.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두부는 100모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단골손님조차 헛걸음을 하기 일쑤였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럴 때마다 참 고맙고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가게를 넓히고 싶지는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무리하게 욕심내다 보면 지금처럼 열심히, 즐겁게 일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대신 두부 외에도 비지, 콩물, 엿기름, 누룽지 등 다양한 품목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박 씨는 낮에는 시장에서 장사하랴, 밤에는 콩 불리고 엿기름 띄우랴, 잠 잘 시간도 부족하지만,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 얼굴을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열심히 정성을 담아 두부를 만들어 팔자, 처음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와 다르게 이제는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네는 이웃도 생겼고, 조금이나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여유도 생겼다.


박 씨는 “이만하면 성공한 셈이다. 하루하루가 감사하다”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감사해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사랑이 올해도 그리고 더 먼 미래에도 계속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어제처럼 콩을 고르고 삶으며 두부를 만들 것”이라며 “내 손으로 만들어지는 두부처럼 올 한 해도 그렇게 느리지만 정성들여 사는 게 바람이자 작은 소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