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건설현장에 북한 노동자가(?)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유례없는 건설 붐이 부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의 건설현장에 북한 노동자가 상당수 취업해 일을 하고 있다.

5일 두바이 현지 업체에 따르면 두바이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공사중인 교육, 주거 복합단지 현장에 북한 노동자 수백 명이 단체로 일하고 있다.

또 두바이 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공사 현장에도 소규모로 북한 노동자가 흩어져 고용된 상태며 UAE 제3의 도시인 알-아인에서도 북한 인부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건설 노무자 외에도 두바이의 자유무역 지대인 `제벨 알리 프리존’엔 북한이 직접 설립한 봉제 공장이 있는데 이 곳에도 북한 인력 수백 명 정도가 제한된 지역에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인력을 모두 합하면 1천500여 명이 된다는 게 두바이 현지의 추정치며 북한 인력이 받는 임금은 월 300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두바이 사정에 정통한 한국 건설업체 대표는 “북한 인력은 다른 나라 노동자와 달리 개인 계좌가 없어 이들을 `관리’하는 측에서 일괄적으로 임금을 받아 배분한다”며 “월 임금 300달러 가운데 실제로 북한 노동자가 손에 쥐는 것은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의 북한 노동자는 고온의 기후에서 단체로 숙식하며 이동의 자유가 일부 제한되고 낮은 임금을 받지만 외국에서 일한다는 `자유’를 나름 만끽하며 큰 불만 없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일정 기간 고용계약을 맺고 해외에 취업한 북한 노동자 가운데는 소수이긴 하지만 두바이에 남아 불법체류를 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는 게 이곳 교민들의 전언이다.

두바이의 경찰에 체포된 북한 노동자의 통역을 담당했다는 한 교민은 “추석을 맞아 같이 사는 북한 동료와 술을 마시려고 술병을 옮기던 북한 노동자가 경찰에 붙들려 조사를 받은 뒤 추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두바이에선 개인이 술을 소지하려면 등록절차를 거쳐 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데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두바이 정부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특별 사면조치하고 인도인 등 30만명을 본국으로 송환했었는데 이 가운데는 북한 노동자도 섞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인력이 UAE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북한과 UAE가 국교를 맺기 훨씬 전인 1990년대 말로, 당시엔 수도 아부다비의 공사현장에 고용됐고 점차 두바이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걸프지역에 쿠웨이트를 비롯, 오만, 예멘, 카타르 등과 수교했으며 쿠웨이트에 주재 대사를 파견, 걸프지역의 외교 업무를 총괄해 왔다.

북한은 그간 미수교국인 UAE의 현지 업체와 인력 고용계약을 맺어 쿠웨이트나 카타르를 경유해 두바이 등에 인력을 수출해 왔다. 쿠웨이트와 카타르에도 북한 노동자 3천∼4천명 정도가 노동현장에서 일을 하는 중이다.

1970년대 한국처럼 북한도 `외화벌이’의 목적으로 중동에 노동 인력을 수출하는 것이다.

북한과 UAE는 지난해 9월 비로소 대사급 국교를 수립했는데 외화가 필요한 북한과 통제가 쉽고 임금이 낮은 건설 노동자를 찾아야 하는 UAE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향후 두바이를 비롯한 UAE에 북한 인력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윤규 아천E&C 회장(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올해 북한 인력 2만명을 UAE로 송출하려는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어 이 일이 성사되면 UAE는 중동에서 북한의 가장 큰 인력 수출시장이 될 전망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