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서리 맞은 남북경협, ‘3원칙’ 지키며 해보자

▲ 개성공단 노동자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경협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남북경협을 통해 북으로 들어간 돈이 북한 핵 개발에 쓰여졌을 거라는 것이다.

사실 경협을 통해 들어간 돈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여졌는지 명확한 증거를 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수백만의 인민들을 굶겨죽인 정권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경협으로 들어간 돈이 당연히 핵 개발에도 사용되었을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핵 개발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될 수 있기 때문에 남북간 경협은 모두 완전히 중단되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부닥치게 된다.

이 질문에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는 단정적인 답변을 내리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경협에는 김정일 정권에 돈이 들어간다는 측면 이외에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 북한 주민의 외부인 접촉 기회 증대 등을 통해 북한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영향도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 정권도 경협을 통해 소위 ‘자본주의 황색 바람’이 유입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경제협력 모델은 돈은 들어 오되 외부 정보 유입이나 외부인 접촉이 적어서 다른 부정적 영향은 차단할 수 있는 경우다. 금강산 관광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금강산 관광을 통해 남한 사람들을 접촉하는 북한 주민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신 관광 대금은 현찰로 꼬박꼬박 들어오고 있다. 때문에 금강산 관광 사업의 경우 북한 정부가 자발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할 것이다. 대신에 한국인들이 북한 주민들을 직접 고용해서 운영하는 제조업 같은 경우는 한국인들과 북한 주민들 간의 접촉 빈도가 높기 때문에 북한 정부 입장에서도 체제 위험을 꽤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북 주민 외부접촉 증대 경협은 장려해야

한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 주민의 의식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의식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외부에서 아무리 봉쇄를 하더라도 변화를 유도하기는 어렵다. 소련이나 동유럽이 변화한 데에는 미국의 봉쇄 정책도 영향이 있었지만 더 큰 영향은 헬싱키 협정으로 인한 외부 정보의 유입과 외부인 접촉 그로 인한 소련, 동구 인민들의 의식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남북 경협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김정일 정권에 현금이 좀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는 감수해야 할 비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남북 경협에서 다음 세가지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민간기업 도덕적 해이 조장 안돼

첫째, 순수 민간기업의 경협인 경우 자기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대북 경협의 형태는 크게 무역과 투자로 나눌 수 있다. 무역은 일반 무역과 북한에 원재료를 반출 가공해서 남한으로 재반입하는 임가공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무역 사업의 경우는 민간 기업들의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다. 현행대로 진행하면 된다.

대북 직접투자의 경우는 개성공단을 제외하면 2006년 12월 현재 10여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규모도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 아산(1억6천만 달러 투자)을 제외하면 그 규모가 영세한 편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경협의 제 1원칙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원칙 하에서 경협에 임하고 있다.

민간 기업 투자의 경우, 정부가 민간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는 정책을 써서는 안된다. 이익을 낼 수 없는 사업임에도 정부의 지원을 믿고 ‘묻지마’ 식의 투자가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핵실험 이후 정부가 금강산 관광에 대한 사실상의 정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 것은 유엔 결의에 의한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대북 경협의 원칙 강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바람직한 것이었다.

현재 대북경협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주로 개성공단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해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4% 정도의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일반 시중 금리가 8~10% 선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특혜 대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파격적인 저리 대출은 이자율 차이를 노린 자금 전용 등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11월경 개성공단의 한 사업체가 남북협력기금 중 3억원 정도를 유용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은 이런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대북 진출에 대해서 정부는 저리 대출이라는 구시대적 정책보다는 경쟁력 있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담보 보증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자율은 시중 금리를 유지하되 경쟁력이 있지만 담보가 없어서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기업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떨어지는 벤처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을 통해서 보증을 서주고 있다. 비슷한 형태의 지원을 대북투자기업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대신 이 정책의 관건은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엄밀한 평가다. 과연 그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 제도도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익 내는 기업 인센티브 강화돼야

두번째 원칙은 수익을 낼만한 기업에 대해서는 경협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 하의 북한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순수 사업 관련 비용 이외의 추가 비용이 든다.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 기업가는 벤처 정신이 상당히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하여 장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직접투자 사업인 경우, 한국인들과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 빈도가 높기 때문에 더욱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장려책은 기업 소득세에 대한 감면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기업 소득세는 최대 5년간 면제하고 이후 3년간은 50% 감면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전폭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기업 소득세를 5년이 아니라 10년 이상이라도 면제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차원 경협, 인적 접촉 늘리는 사업 우선해야

세번째 원칙은 정부 차원의 경협의 경우는 북한 주민과 인적 접촉이 많은 사업에 우선 순위를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적 접촉이 거의 없는 금강산 관광 같은 사업에 과거 정부가 대폭적인 지원을 한 것은 큰 정책적 오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적 접촉이 많은 대표적인 사업은 교육사업이다. 가령 개성공단 북한 직원들에 대한 기술, 서비스 교육 등을 한국 정부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88년 남북 경협을 처음 시작한 지 19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다양한 남북경협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더이상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경협을 잘 활용한다면 그것은 기업에도 이득이 되고 정부의 안보적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며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간 햇볕정책에 입각한 한국정부의 경협정책은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여 경협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극히 악화된 상태다. 나아가 모든 경협이 무산될지도 모르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경협의 원칙이 무엇인지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그 원칙을 합의해나가는 과정에서 남북경협은 올바른 궤도를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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