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⑥] “되돌려 보내지만 말아주세요”

▲ 북한으로 보내지 말라고 울먹이는 남매

마을을 떠난 후 우리들은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동쪽으로도 서쪽으로도 전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여간 뒷산을 넘어 길이 나오면 그쪽으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밤이 되자 주변은 모두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겼습니다.

들려오는 것은 눈 위를 밟는 우리의 발자국 소리와 “하!하!” 하는 숨소리 뿐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히는 것도 무섭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 우리 둘뿐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간신히 불빛 하나를 발견하고 더 한층 힘을 내어 그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곳은 ‘소호’라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날 밤은 어떤 집에 들어가 재워달라고 사정을 했고, 다음날은 아침부터 그 집 애들과 놀았습니다. 성격이 좋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쌍둥이 남자애들이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마을에 차가 한 대 오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경찰관 같았습니다.

‘이 집에서 통보했는지도 모른다. ‘리스’ 마을에서 우리를 찾으러 왔는지도 모른다.’

제법 많이 걸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소호’와 ‘리스’는 그다지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자∼ 집에 가자.”

경찰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리를 차에 태우려고 했습니다.

“집이라구요? 우리집은 어디에도 없어요.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겁니까…”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북조선에 돌려보내지면 틀림없이 도망칠 힘마저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먼저 차에 올라탄 희선이가 갑자기 문을 열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가까이 있는 나무를 끌어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싫어요, 가고 싶지 않아요, 그만 두세요…”

이 말을 듣고 나도 일부러 엄살을 부리며 경찰관의 발목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부탁합니다. 우리들은 나쁜 짓은 하지 않아요.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도 하지 않아요. 북조선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탈출한 것뿐입니다. 되돌려보내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머리로 피가 솟구쳐올라 마지막 말은 울먹이는 소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경찰관도 처음에는 “이제는 더 울지 말아라”라거나 “나쁘게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우리를 남겨놓은 채 차를 타고 가버렸습니다.

틀림없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던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북조선으로 되돌려 보내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긴 해도 더 이상 ‘소호’ 마을에는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다시 울려고 하는 희선이의 손을 붙잡고 급히 소호 마을을 떠나왔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