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서 쏘는데 서쪽서 안쏠 이유 없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일시 중단한데 이어 후속조치 차원에서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을 엿보여 주목된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와 관련한 북의 협조 여하에 따라 개성관광을 중단하는 방안이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17일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이 없고 조사도 안 이뤄지는 상황에서 개성관광도 심각하게 생각해달라고 현대아산 측에 요청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홍 차관은 “개성관광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남북관계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안전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당국차원의 남북 공동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동쪽에서 총을 쏘는데 서쪽에서 안 쏠 이유가 없다”며 “개성관광 지속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해 정부가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전했다.

이 같은 정부 고위층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곧바로 ‘정부가 개성관광 중단을 검토 중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가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에 나섰지만 결과는 ‘동문서답’식 해명에 불가해 논란만 부추기고 있다.

당국자는 ‘홍 차관의 발언 중 심각하게 생각해달라는 의미가 뭐냐’ ‘개성공단 중단을 검토 중이냐’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중단될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개성관광과 금강산 관광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홍 차관의 발언은 ‘안전’을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직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사고 피해자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안전상태”라면서 “개성관광도 제도적인 문제가 미비하고 금강산과 지역은 다르지만 북측 지역이기 때문에 안전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해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을 부추겼다.

이어 당국자는 “개성관광의 안전을 위해 물리적, 법·제도적, 정신적 정책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개성관광에 대한 입장은 결국 “안전장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국자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같은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정신적 안전장치는 현대아산과 정부차원의 교육 강화와 안전장비, 인원 확충 등으로 해결될 수 있으나 법·제도적 안전장치를 위해서는 북측과 협의가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금광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전향적 자세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특히 북측은 아직까지 우리측의 진사조사단의 방북을 거부, 우리 정부가 법적 근거로 내세우는 2004년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에도 정면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안전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측의 현장조사가 필수다. 하지만 북측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개성관광의 법·제도적 장치 마련도 요원하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법도 안지켜지는 마당에 개성관광 관련 제도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결국 정부가 북측이 계속 우리측의 진상조사단 파견을 거부할 경우 개성관광 중단도 단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이 같은 북측의 태도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향후 취할 수 있는 카드로 1단계 개성관광 중단, 2단계 민간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의 철수, 3단계 민간교류를 포함한 전면 중단 등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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