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듣기싫어 ‘귀밝이술’ 극구 사양했던 北어르신…

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2월 25일 이 시간에도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 텐데요. 며칠 따뜻했던 날씨가 최근 꽃샘추위로 다시 쌀쌀해졌습니다. 하지만, 북한 장마당에서는 정월대보름 기간 장마당이 흥성했다고 하는데요, 북한 장마당에서의 정월대보름 풍경에 대해 강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이야기 전해주시죠.

네, 지난 월요일이 정월 대보름이었는데요, 한국 주민들도 정월대보름을 맞아 오곡밥, 약밥, 부럼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는데요,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로 오곡밥에 9가지 산나물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자연히 시장에서도 명절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명절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을 구매해가는 풍경이 만들었다는 것이죠. 한국에서도 정월대보름을 맞아 대형마트나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오곡밥 등 대보름 음식재료들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던데요, 이런 풍경은 북한 시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답니다.

이맘때면 북한 시장에서도 정월대보름관련 음식재료들을 갖춰놓고 판매한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어떤 음식들이 있나요?

네, 그렇죠, 정월대보름이 지난 시점이기는 하지만 정월대보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가면 북한 주민들이 섭섭할 수 있답니다. 지난 시기에는 장마당에 정월대보름 음식재료들이 원만히 갖춰지지 않아 자체로 마련한 것으로 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장마당에 부족하지 않게 마련되어 있어서 돈만 있으면 구매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정월대보름 음식은 한국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조금 다르기도 하답니다. 한국에서는 검은콩, 팥, 수수, 차조, 찹쌀 등으로 오곡밥을 하잖아요? 북한의 오곡밥 재료는 보리쌀, 찹쌀, 줄당콩(동부), 차조, 찰수수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들은 찹쌀대신에 쌀을 넣기도 하고 찰수수 대신에 옥수수쌀을 넣기도 한다는 것이 탈북민들의 말인데요, 저도 북한에서 살 때 정월대보름 오곡밥에 찹쌀보다 멥쌀을 넣어서 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보름나물로 호막나물, 말린 가지, 말린 버섯, 고사리, 고비, 취나물, 고구마순, 시래기나물, 무나물 등 여러 가지 묵은 나물 반찬도 만들거든요, 그리고 부럼과 귀밝이술도 있는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네. 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월대보름 음식 중의 하나로, 묵은 나물을 해먹는 풍습이 있는데요. 고사리, 고비, 말린 버섯, 고구마순, 무 오가리, 더덕, 미역, 콩나물, 고춧잎 등 9가지 나물반찬을 먹습니다. 산골에서 살거나 산을 가까이 끼고 사는 주민들은 대보름날 나물반찬으로 여름에 채취한 산나물을 먹지만 도시에서 사는 주민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나물반찬 재료들을 구매한답니다. 저도 산골에서 태어나 줄 곳 산골에서 생활해왔기 때문에 대부분 여름에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대보름 나물반찬을 만들어 먹었답니다.

이날 주민들은 이를 든든하게 한다는 의미로 호두를 깨먹기도 하는데, 호두가 없는 지역에서는 엿을 깨먹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성들은 이날 귀가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귀밝이술을 마시기도 하는데요, 귀밝이술은 찬 술로 마신답니다. 이날은 술을 마시지 않는 남성들도 귀밝이술을 한잔하기도 하는데요, 건강해지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마음인가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귀가 밝아지라는 의미에서 남녀노소 다 귀밝이술을 마시거든요, 북한도 마찬가지겠지요?

북한에서는 귀가 밝아지는 술이라고 해도 아이들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귀밝이술에 대한 웃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의 마을에서 살고 있는 한 친구네 가정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저희 국민통일방송을 들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그 친구가 어느 해 정월대보름에 귀밝이술을 시아버지께 드렸더니 사양하시더라는 거예요, 며느리가 의아해하며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너무 잘 들리면 동원 나오라는 소리도 잘 들을 것 아니냐, 친구의 시아버지는 젊은 아들 내외에게 대신 너희들이 마시고 집안 어른들이 하는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유머러스한 말씀도 하셨다고 하는데요.

동원을 나오라는 말을 못 들었다고 하고 싶어서, 시부모님의 말을 귀담아 들어달라는 뜻이 담긴 말로 귀밝이술을 사양했다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얼마나 동원을 나가기 싫었으면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또 연세가 있는 분들이 늘 호소하는 것 중의 하나인 어른의 말을 잘 들어서 낭패 없다는 것처럼 젊은이들에 어르신들의 말을 잘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이야기였어요. 

정말 웃을 수 없는 이야기이네요, 북한에서는 김정은 일가의 혁명사상만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월대보름에 대한 선전도 한다고 들었어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북한은 지난 2000년대부터 김정일의 지시로 음력설, 대보름, 청명, 단오, 추석을 민속명절로 쇠기 시작했는데요, 이것이 김정은 일가의 인민사랑을 선전하게 되는 것이죠, 대대로 내려오던 민속명절, 인민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민속명절을 장군님께서 다시 찾아주셨다는 내용으로 민속명절도 우상화에 활용된답니다.

북한 당국은 정월대보름이 오면 여맹원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만드는 방법 등을 강연회를 통해서 주민들에게 알려주는데요, 강연회 내용 중에 “사회와 가정들에서 정월대보름을 뜻 깊고 즐겁게 쇠게 된 데는 민족적 전통을 귀중히 여기시고 발전시켜주신 경애하는 장군님의 은혜로운 손길이 뜨겁게 어리여 있다”는 말로 김정은 일가의 인민애를 선전하기도 한답니다.

가정의 생계를 대부분 여성들이 책임지고 있는 실정인 북한 주부들은 정월대보름이 오면 바쁜 일상을 보내는데, 당국의 선전은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라는 것이 여성들의 비난이기도 하답니다. 식구들과 명절날 먹을 음식재료를 마련하려면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까지 시장 등에서 노심초사하는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선전인 것이죠.

북한 주민들이 정월대보름을 쇠는 데 필요한 음식들을 마련하자면 얼마큼의 돈이 드는지도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네 일단 오곡밥을 지으려면 보리쌀, 찹쌀, 콩, 차조, 찰수수 등이 있어야 하는데요, 양강도 시장에서 보리쌀 1kg의 가격은 3250원이구요, 찹쌀은 1kg에 6000원 정도를 하거든요, 그리고 팥은 4000원, 줄당콩은 5000원이거든요, 수수쌀은 4100원 정도인 것으로 보고 4인 가정으로 봤을 때 2.5kg의 양이면 1일 식사량이 되는데요, 그리고 설 명절 때처럼 떡을 먹는 집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나물도 산에서 나는 것을 채취한 가정들이 많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음력설과 양력설을 쇠 직후에 대보름까지 보내야 하기 때문에 명절음식재료 구매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적은 돈으로도 정월대보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대부분 지역에서의 대보름과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일부 물가들이 조금씩 오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먼저 쌀 가격인데요, 평양에서는 1kg당 5100원, 신의주 5100원, 혜산은 526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160원, 신의주 2140원, 혜산 23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200원, 신의주 8290원, 혜산은 829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330원, 신의주 1330원, 혜산 1330원으로 지난주보다 조금씩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0900원, 신의주 11000원, 혜산 112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7050원, 신의주 7100원, 혜산에서는 715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5350원, 신의주 5300원, 혜산은 53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