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의 한반도비핵화 논쟁

남북은 물론 미국, 일본 등도 6자회담의 최종 목표로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북한과 다른 참가국 사이의 시각 차이는 제4차 회담에서도 핵심적인 논쟁거리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는 참가국 모두의 공통분모에 해당하지만 비핵화의 해석을 놓고 이견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도 “한반도 비핵화는 회담의 출발점이자 목표”라며 무게를 뒀다.

이 비핵화라는 표현은 2003년 8월 제1차 6자회담 때부터 줄곧 사용돼 왔다.

2004년 2월 2차와 그 해 6월 3차 회담에서는 아예 의장성명을 통해 “핵무기 없는 한반도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와 “참가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각각 명시한 것이다.

북한도 공식적으로 “전 조선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목표”라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고 지난 달 17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비핵화는 고(故)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비핵화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비핵화의 정의, 특히 어디까지를 한반도 비핵화의 범주에 집어넣을 것인가를 놓고는 그동안 6자회담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장은 논쟁의 핵심이 비핵화에 들어가야 할 북핵의 대상이 되겠지만, 북한이 회담장에서 그 범위를 북한이 아닌 한반도와 그 주변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양상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핵의 비핵화 문제를 놓고 보면 한미일 3국은 `모든 핵’이 북한의 비핵화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일단 `핵무기’로 대상을 최대한 좁히려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물론 북한이 잠시 비핵화 범위롤 포괄적으로 해석한 적도 있다.

즉, 2003년 12월9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핵활동 동결과 그에 대한 상응조치를 담은 첫 단계 동시행동조치를 강조한 데 이어 같은 달 15일 노동신문이 그 핵활동 동결의 내용에 `평화적 핵동력공업’도 포함된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듬해 2월 열린 제2차 6자회담에서는 “동결.포기 대상에서 민간의 평화적인 것을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런 입장은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밝힌 비핵화도 핵무기에 국한하는 개념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2월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 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명시한 점도 북한의 논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금호지구 경수로건설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드러냈듯이 북한이 핵을 평화적인 목적에 사용하지 않은 증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원자력발전도 허용할 수 없다는 `100% 비핵화’ 주장을 펴고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불거질 수 있는 비핵화 논쟁은 지난 3월31일 군축회담을 주장하며 내놓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북한측 회담 수석대표의 입을 통해 구체화될 경우 벌어질 수 있다.

당시 외무성은 “남한에서 미국의 핵무기들을 철거시키고 남조선 자체가 핵무장할 수 있는 요소를 원천적으로 없애버려야 하고 그것은 검증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면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핵위협 공간을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측은 남쪽 땅에는 핵무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일단 주한미군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주변의 핵 위협까지 없애 버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낳고 있다.

이런 흐름 때문에 북한이 회담장에서 비핵화를 위해 군축회담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경우 비핵화를 둘러싼 `전선’이 확대돼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북한의 주간지인 통일신보가 지난 16일 일본의 핵문제도 6자회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런 관측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따라 회담장에서 비핵화에 들어가야 할 북핵의 대상을 놓고 북한이 신축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논쟁이 확산되지 않겠지만, 비핵화 범위를 한반도 안팎까지 확대하는 강수를 둔다면 참가국 간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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