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재편기 韓·日의 선택

(조선일보 2006-03-22)
종전 후 60여 년이 지났다. 세계 각지에서 내구연한이 다된 동맹·우호관계, 조약의 개정시기를 맞고 있다. 최근 일·중, 일·한 관계에 마찰이 커지고 있지만, 이것도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진통기라고 생각하고 싶다. 한반도에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계속되고, 작년 9월에는 공동성명이 나왔지만,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다. 오히려 각국은 2국 간 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은 자원 공동개발을 약속했다. 미국과 한국은 동맹관계를 조정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미래를 향한 동맹관계를 만들기 위해 주일미군 재편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경제력의 발전, 스포츠대회 성공을 배경으로, 국제사회에서의 발언력을 증대해 자신에 찬 전략적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선 ‘일본과 한국은 경쟁관계에 있다’는 의식은 비교적 희박한데, 한국의 대일경쟁 의식과 내셔널리즘의 고양에 당혹해한다. 한국은 미국과 일본과의 경쟁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자주적 외교의 전개가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급격한 현상변경을 지향하는 것처럼 비친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국이 큰 전략적 판단을 할 때는 미국과 일본을 과도하게 의식할 때였다. 1980년대 한국은 일본과 경쟁하면서, 구 소련의 시베리아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미국과의 협의보다도 남북대화를 최우선시하는 것 같다.

이런 한국의 전략적 판단은, 한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성장한 내셔널리즘이 국제화하면서 피어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전략적 전환이 있을 수 있을까. 북한은 북한주도 통일을 지향하고, 한국민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한국의 산업시설을 파괴하지 않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주체사상 체제를 온존시키고, 한국의 국방력이 약체화되고 주한미군이 없어진 뒤, 우위에 서겠다는 전통적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로서 한국민들에게 말하고 싶다. 국가의 외교와 안전보장을 생각할 때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좋은가 싫은가’라는 관점이 아니라, ‘역사에서 배운 교훈과 기술력의 발전방향에서 무엇이 득책인가’하는 상대적 관점에서 결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것은 1945년까지의 전쟁 경험에서 일본인들이 배운 지혜다.

동북아시아는 50년, 100년에 한번 있는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자금세탁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달러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경제에 대한 타격은 크고, 미·북관계는 1993년, 1994년 제1차 핵위기 때보다도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이 미국과의 방위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빨리 결정한 것은 미국의 군사기술력과 세계에서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보면서, 미국과의 동맹강화가 일본에 있어서 득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쟁은 ‘미군에게는 적이 보이지만, 상대에게는 미군이 보이지 않는’ 전쟁이 된다는 것은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강화밖에 없지 않은가. 이러한 일본의 선택에 대해 한국과 중국에서는 ‘미국의 정책에 일본이 너무 안이하게 대응한다’, ‘미군의 효율화를 위한 노력은 한국과 일본을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 끌어들이게 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선택은 괴로운 전쟁의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에서 나온 것이고, 냉정하게 앞으로의 국제정치의 방향을 투시한 결과다. 이것을 한국과 중국에서 이해해 준다면 일·한, 일·중 관계는 좋아질 것이다.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일본방위연구소 주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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