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사건’ 임석진 “40년 전 일…긁어 부스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가 26일 오후 동백림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당사자인 임석진(74)씨와 김중태(66)씨는 “때 늦은 발표”라며 심경을 나타냈다.

방북사실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고백했던 임석진씨는 “지금이라도 간첩누명을 벗겨준 데 대해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40년 가까이 된 일을 새삼 들춰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는 “당시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하면서 두 차례 방북사실과 유학생들의 상황을 고백한 것은 나처럼 북한문제에 관여했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국가 차원에서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에 띄는 제재는 없었지만 내 행동을 예의주시하는 시선 속에서 평생 조심스럽게 살 수밖에 없었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 사회에서 참 손해를 많이 보고 산 것 같다”고 회고했다.

임씨는 또 “북한과 약속을 어기고 몰래 귀국한 뒤 밤길도 무섭고, 가족에 대한 걱정도 컸다. 항상 북한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았는데 최근에서야 저들이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루자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약간의 손찌검은 있었겠지만 고문이 자행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며 “독일과 외교문제도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잘 처리될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고 확언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독일의 철학서적을 완역하고 내 삶에 대한 글도 남기고 싶다”고 앞날의 계획을 밝혔다.

동백림사건의 연루자이자 ‘6.3사태’를 주도했던 김중태씨는 “국정원 진실위가 인혁당 사건 등 좌익 연루된 것만 발표하는 것은 박정희 정권에 대해 비판하려는 정치적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실을 밝히려면 벌써 했어야지 관련자 가운데 벌써 숨진 사람도 많은데 이제와서 발표하는 것은 점수나 따려는 짓”이라며 “조작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오늘날 발표해서 무슨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김씨는 “당시 유학생 중에는 동베를린에 가서 북한 정보요원에게 용돈을 받고 그 중 몇몇은 평양까지 갔다왔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동베를린에 갔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직적 간첩단’으로 덮어씌운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위의 이러한 발표가 보수파들의 반발을 더 살 수도 있다”며 “이왕에 발표했으면 억울하게 옥살이 한 사람에 대한 배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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