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림사건 연루 재독학자 정규명 사망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다 독일에 망명해 살던 물리학자 정규명 박사가 지난 11일 오전 꿈에도 그리던 고향땅을 끝내 밟지 못하고 눈을 감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향년 76세.

17일 한민족유럽연대에 따르면 고인의 하관식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정오 프랑크푸르트 외곽에 위치한 허이젠스탐 공동묘지에서 갖는다고 유가족이 밝혔다.

베를린 지역 동포들은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친지들과 민족민주운동 회원들이 공동으로 추모대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크푸르트 허이젠스탐 자택에서 10여년 동안 숙환으로 병고와 씨름하면서도 조국의 통일을 갈망하던 고 정규명 박사의 유가족은 부인 강혜순 여사와 장남 일련(작곡가), 차남 호련(생물학자)씨다.

강 여사는 “고인은 2003년에도 고향에 갈 마음이 있었지만 40년 동안 정부의 준법서약서 요구로 인해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면서 “2003년에 한번 기회를 가져보려고 했는 데 그 때는 지병 때문에 못 가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임종을 지켜 본 강 여사는 “(남편이) 어릴 때 살던 고향, 서울에 왔다고 말하면서 어머니가 나를 자꾸 부른다는 말을 되풀이했다”며 “고인은 마지막 생애에서도 고향에 가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운명한 소식을 듣고 7남매 중 남자 동생과 여동생들이 고인의 시신이 있는 독일에 왔다”고 밝혔다.

정규명 박사는 1929년 4월19일 서울 출생으로 경복중.고등학교를 나와 경성대 예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 문리대를 나왔다. 1958년 독일로 유학 가 프랑크푸르트 괴테대 물리학 학사와 프랑크푸르트대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육계에 투신했다.

그러던 1967년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던 동백림사건으로 독일에서 정보부 요원들에게 강제납치 당해 국내로 연행, 옥살이를 하다가 1971년 독일로 돌아가 괴테대 물리학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했다.

그는 당시 민주운동의 중심 조직인 민주사회건설협의회 회장, 해외민주화운동 연합단체인 한민련 유럽의장, 1987-1990년 재유럽민족민주운동협의회 의장, 1991년 범민련 유럽본부 의장 등을 역임했다.

동백림사건은 유럽에 거주하는 정규명, 윤이상 등이 1950년대 후반부터 동백림 소재 북한대사관을 왕래하면서 간첩활동을 했으며 일부는 평양을 방문, 노동당에 입당했고 서울대 학생서클인 `민족주의 비교연구회’ 등과 연계해 학생 데모를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이유로 박정희 정권시절 문제가 됐던 사건이다. ☎독일:49-6104-1713./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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