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은 주고받는 관계…국제문제 동참하며 美지지 얻어내야”

20일(현지시간) 제 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가 취임했다. 오바마의 취임식을 지켜보는 한국인들 중에는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일종의 우려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김정일 정권을 미국이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 보수적인 인사들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등 비교적 천진난만한 언급을 쏟아내었던 오바마의 출범이 걱정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한국의 친북 좌파 세력을 비롯한 야당 인사들은 오바마의 당선이 햇볕정책의 재건을 의미하며,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허황된 기대를 했을 수도 있다.

오바마 정부의 출범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파탄을 의미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민주당을 좌파 정당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는 미국 민주당의 속성에 대한 전혀 잘못된 견해다.

한 중견 경제학자는 미국의 민주당은 우리나라 한나라당보다 오히려 더 우파 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오바마 당선 이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국회의원은 미국의 민주당은 우리나라의 우파 정당들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정당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혹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뀔 경우 나타나는 변화는 국내 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서, 그것도 접근 방법상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개인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삼는 정당들이다.

특히 국가안보 및 군사 정책, 외교 정책 등에서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책상의 차이가 별로 없다. 이란 및 북한의 핵 보유 여부에 관해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1. 오바마의 세계관

미국의 대외 정책을 분석할 때, 대통령이 공화당 출신이냐 민주당 출신이냐를 따지기보다 그의 개인적 속성, 세계관 등을 보는 편이 오히려 유용하다. 민주국가인 미국은 물론 시스템이 더 중요하지만 지도자의 세계관은 미국 대외 정책을 일정 부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자신의 국제정치적 관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이지는 않았다. 군대에 다녀온 경험도 없고, 공직 생활도 국내문제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오바마의 대외 정책 대안이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오바마의 간헐적인 국제 문제에 관한 언급들을 종합한다면 (오바마의 좌파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코르시 박사는 오바마의 외교 정책이 그의 좌파적 세계관에서 유래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그의 국제정치관은 좌파적이라기보다는 이상주의적 혹은 도덕주의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보다는 낙관주의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는 미국의 외교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강력하고(tough) 직접적(direct)인 외교를 통해 어려운 국제문제들을 잘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란 핵문제, 북한 핵문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모두 강력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들은 누구나 평화를 강조하며 변화를 외치지만 미국이라는 정치 체제는 시스템이 움직이는 것이지 개인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한 정보통 조지 프리드만 박사는 ‘오바마의 첫 움직임(Obama: First Moves)’이라는 시론에서 “역사는 대통령을 만든다. 대통령이 역사를 만드는 것은 희귀한 일이다”고 말하고 있다.

프리드만은 오바마가 외교 정책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고 말한다. 스코우크로프트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이며 우파 진영의 인사로서 미국 외교가의 고참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미국제 자동차가 한국에서는 불과 수천 대 수준으로 팔리는 것에 반해 한국제 자동차는 미국에서 수십만 대 단위로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여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오바마의 국제 경제적 식견 역시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제정치, 국내정치, 경제 문제 등 모든 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미 오바마의 대외 정책 담당 내각을 구성할 인물로 선발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오바마의 대외 정책은, 일부 비판자의 걱정과는 달리 좌파적 세계관을 거의 반영하지 않는다.

오바마의 내각을 클린턴 3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오바마 외교팀은 중도적이다.

그러나 외교 및 안보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바마 내각은 클린턴 3기라기보다는 부시와 클린턴이 혼합된 모습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젊음과 변화를 강조하는 48세 오바마 대통령의 안보팀은 66세의 국방장관, 66세의 국가안보보좌관, 62세의 국무장관이 담당하게 됐다.

2. 오바마의 외교 안보팀

미국의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 관한 최종 책임자가 되지만 역시 참모 및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참조한 후 자신의 결정을 내린다. 특히 국제 정치에 대해 상대적으로 문외한인 오바마의 경우 국제정치 전문가 집단들에게 대외 정책을 크게 의존할 것이다.

부통령 바이든은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의 외교 정책 전문가다. 바이든의 외교 정책은 말과는 달리 대단히 현실적이다. 인권문제가 이슈였던 보스니아 전쟁 당시 미국의 막강한 군사원조와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했었고, 비록 나중에는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이라크 전쟁 결의안에도 찬성했었다.

바이든은 미국에 대한 위협에 관한 질문에 대해 가장 큰 위험은 북한이며, 그 다음은 이란과 러시아라고 대답했다. 특히 북한은 최대의 현실적 위협이며, 이란은 당장의 위협은 아니지만 미래의 장기적인 위협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업무를 총괄할 인물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막강한 권력을 보장받은 후 국무장관 직을 수락했다고 한다. 힐러리는 외교 정책에 관한 한 민주당 우파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선거 유세 중 오바마가 이라크에서의 철군, 독재자들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이야기했을 때 힐러리는 이라크에서의 성급한 철군, 독재자들과의 조건 없는 만남을 분명한 어조로 반대했다. 힐러리는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여도 반대했으며 티베트 독립 반대 폭력 진압 등을 강하게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군사 정책을 담당할 인물은 부시 행정부의 현 국방장관인 로버트 게이츠다. 게이츠는 럼스펠드 후임으로 부시 행정부의 마지막 2년 동안 국방장관직을 수행한 인물일 뿐 아니라 1991~1993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미국 CIA 국장을 역임했고, 부시의 고향 텍사스 주의 대학 총장을 역임한 전형적인 부시 가문의 인물이다. 게이츠 장관의 유임은 정당이 다른 국방장관으로는 사상 최초의 유임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징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3대 중책인 국가안보보좌관은 해병대 대장 출신인 제임스 존스 장군이다. 존스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이 졸릭 국무차관보가 사임한 후 그 후임으로 두 번씩이나 함께 일하자고 요청했던 인물이며 오바마와 경쟁한 매케인의 친구였다.

오바마가 집권한 후 각광을 받는 미국의 외교 안보문제 관련 씽크 탱크들은 역시 민주당 계열의 연구소들이며, 이는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브루킹스연구소와 미국의 진보센터가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자문 역할을 하는 주요 연구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소가 제안하는 국가안보 정책, 외교 및 군사 정책의 분명한 차이점은 없다. 모두들 미국 국가안보의 절대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모두 미국의 압도적 지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바마의 외교 안보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역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 할 수 있게 한다.

3. 오바마의 북핵 인식

오바마는 한반도 정책에 관해 한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핵을 강력한 외교로 포기시킬 것’이라는 언급 이상의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많은 한국인들이 믿기 어려워할지 모르지만 부시나 오바마나 북한 핵에 대한 인식은 같다. 북한 정권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허락 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차이가 없는 것이다. 미국의 전직 정보관리 브라운은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통령에 누가 당선 되느냐가 아니라 북한의 대미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오바마의 목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다. 오바마 행정부도 부시 행정부와 똑같이 ‘북한의 핵이 테러리스트에게 건네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미국 최대의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주한 미국대사인 캐슬린 스티븐스는 어느 미국 행정부라도 북한 핵을 용인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언급했다. 그렇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와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일까?

4. 오마마식 직접대화론의 한계

오바마의 외교·안보 진용을 보면 오바마의 낙관론적 희망은 현실주의로 대치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오바마가 원하는 대로 ‘북한의 핵문제’가 대화를 통해서 해결된다면야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정권과 체제의 사활을 걸고 핵을 개발하였다. 믿을 것은 오직 핵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이다. 그래서 대화를 통한 오바마의 북핵 해결 방안은, 애석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오바마가 대화를 고집한다면 그의 대북정책은 서울대학교 하영선 교수의 지적처럼 “마지막 순간에 ‘꽝’을 뽑게 될 것”이다. 하 교수는 “과거보다 한 단계 높은 ‘채찍과 당근’ 방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무지를 재확인시켜줄 뿐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협상의 대가로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일 선군정치세력의 생사를 마지막으로 지켜줄 최후의 은장도다. 수령체제의 완전한 보장없이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며 오바마 대화 정책의 한계를 요약했다.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하고 맺어진 한미 군사동맹을 미국이 해체해 주겠다고 약속한다면 아마도 북한은 핵을 포기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화로 북핵을 해결하기 위해 이 정도로 양보한다면 오바마의 외교 정책은 곧장 파탄이 날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더 이상 믿지 않고 독자적 핵무장의 길로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위기의 연속이 될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벽에 부딪히게 될 경우 오바마는 어떻게 할까? 역사에서 우리가 답을 얻을 수 있다면, 오바마는 북한 핵문제로 딜레마에 빠질 경우 아마도 채찍을 들 가능성이 다른 대통령보다 더 높을 것이다. 약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모욕당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부시의 대외 정책을 일방주의라 비난했다. 그런데 부시는 줄곧 6자회담을 선호하는 반면 오바마는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고 한다. 누구의 방안이 일방주의인가? 오바마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한다면 그때 북한 핵의 직접 당사국인 한국은 어디에 있으며 또 다른 당사국들인 중국, 일본, 러시아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우리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5. 오바마와 대한민국

한국은 북한이 금명간 당면하게 될 정권변동의 위기 상황을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위한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다행히도 오바마 진영 역시 한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며, 그의 한반도 정책도 기왕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물론 오바마의 애국주의적 언급들이 한국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가 한국에서 많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공정(Fair)하지 못한 무역 때문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은 공정한 무역이며 그래서 한미 FTA를 체결해야만 하는데 말이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 미국 자동차의 관세가 낮아져서 한국 시장 진입이 더 유리해진다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이다.

오바마는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대신 동맹국의 책임분담을 높이고자 한다. 이미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미국은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 전쟁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동참 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다. 전투병을 파견하든지 상당한 지원금을 요구하든지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보다 동맹국들에게 더 큰 기여를 요구할 것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한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에 대해 부시 행정부에 보였던 노무현 정부의 행태를 보이지 말아야 한다. 동맹관계는 주고받는 관계다. 오바마 행정부의 세계 정책에 적극 동참하는 대신 우리는 대북정책에서 미국의 적극적 지원을 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한반도 통일은 국제정치의 역학을 거스르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는 이를 반드시 성취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한데 바로 그 큰 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미국은 특히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을 중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 독일의 통일도 미국의 힘이 주역이었다. 오바마의 미국이 우리의 통일을 위해 순풍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뚜렷한 국가전략과 이를 위한 전략전술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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