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중국이 고발한 북한 사회의 비극적 현장

중국 상하이TV가 7월20일부터 방영한 북한 고발 다큐멘터리프로그램 ‘현장목격 북한’의 예고화면ⓒ동아닷컴

얼마 전 북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한 중국의 대표 미디어그룹이 북한 측의 분노로 경영진이 해임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산하 다큐멘터리전문 지스(紀實)채널은 6월 초 북한에서 촬영한 5부작 다큐멘터리 ‘현장목격 북한(直擊朝鮮)’을 7월 20~24일까지 매일 1부씩 상영했다.

촬영은 북한 학교와 의료시설, 군부대에서 북한 당국의 취재 편의를 제공받으며 합법적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북한은 “SMG가 북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강조했다”면서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지난 달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당국은 리루이강(黎瑞剛) SMG 총재를 포함해 경영진과 간부진을 베이징으로 소환해 제작 및 방영 경위 등을 추궁하고 강력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의 반발을 의식해 중국 당국이 차단한 듯 현재 중국 인터넷에서는 다큐멘터리 접속이 끊긴 상태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편당 24분 분량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는 △38선 여행 △격정 아리랑 △수령의 품 △150일 전투 △신비의 ‘김 태양’ 이란 제목으로 핵실험 이후 북한의 실상을 다양한 각도로 담았다.

3편 ‘수령의 품’ 편에는 최신식 의료설비를 갖춘 평양 최고의 종합병원이 등장했다. 환자들은 위대한 지도자의 은혜로 무료 진료를 받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고 앞다퉈 말했다.

하지만 의료 자원봉사를 하는 네팔인 의사는 이 설비들을 작동할 줄 아는 의료진이 없다고 폭로했다. 영상은 또 “네팔을 포함한 외국의 의료봉사팀이 열흘 동안 1000명의 백내장 환자를 수술해줬다”며 “북한은 백내장 같은 흔한 병도 치료하지 못하며 평양 밖의 지역은 마취약과 항생제조차 없다”고 전했다.

또 의료진이 나와 “우리 병원에는 산모와 갓난아이가 전염되지 않도록 가족과 화면으로 면회하는 첨단장비가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순간 병원은 정전으로 깜깜해졌다. 이어 영상은 정전이 잦은 북한은 수술하기 전, 발전기부터 점검한다는 해설자의 코멘트가 나왔다.

2편 ‘격정 아리랑’ 편은 유치원생과 중고교생이 북한 체제선전을 위한 대규모 집단 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위해 4개월째 준비하는 모습을 집중 소개했다. 영상은 음악과 무용까지 정치무기가 된 북한에서만 10만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아리랑 같은 초대형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영상은 평양 거리의 모습과 북측 인사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중국 취재진이 “중국과 달리 평양에는 사람들이 걷기만 하고 자전거는 안 탄다”고 하자 북측 인사는 “자전거는 낙후된 국가에서나 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는 차량이 1분에 10대도 통과하지 않는 평양의 주요 교차로와 ‘콩나물시루’가 된 만원버스가 시속 20km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이는 장면을 내보냈다.

각 가정과 공장 등에 빠짐없이 걸려 있는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을 클로즈업한 화면으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는 각종 구호로 가득 찬 북한 사회를 ‘구호 국가’로 규정하면서 끝을 맺었다.

방송은 상하이 지역에서만 방영됐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관심을 끌었다고 한다. 또 우상화에 동원된 북한 학생들이 보도된 뒤엔 중국 인터넷에 “북한 주민들이 불쌍하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는 댓글이 잇따랐다고 한다.

‘현장목격 북한’의 방영과 이를 본 중국인들의 반응은 사회주의 형제국가라 할 수 있는 중국도 ‘체제 안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을 더 이상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으론 예전과 달리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난, 전력난, 식량난 그리고 대외관계 악화 등과 같은 악재는 북한 당국이 자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과거 회귀적이고 강압적인 경제정책들에 의존하면서 개혁․개방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주민통제를 위해 장마당을 폐쇄하거나 생산력 증대를 위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150일 전투’가 단적인 예다.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경제난에 대응하는 북한의 방식을 ‘속도를 내려고 약물을 투여하는 운동선수’에 비유했다.

하지만 그 약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 사회 전반은 곪을 대로 곪아있는 상황이다.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 주민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은 개혁․개방의 길뿐이다.☞ 바이트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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