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간 긴장과 대결의 상징적 장소로 `화약고’로까지 불리던 서해가 평화와 남북상생의 현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을 얻었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차 남북총리회담에서 남북이 `2007 남북정상회담’의 주요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한 협의 틀과 향후 일정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된 협력사업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해주경제특구건설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이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등 5개다.
남북은 이를 위해 우선 장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공동어로협력분과위, 해주경제특구협력분과위, 해주항개발협력분과위, 한강하구협력분과위 등 4개의 분과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일정도 상당히 구체화 됐다. 오는 12월 중 개성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추진위를 개최하고 공동어로구역의 효율적 운영과 수산분야 협력을 위해 관련 분과위도 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에는 공동어로사업에 착수하고 해주경제특구와 해주항 개발을 위한 실무접촉과 현지조사를 연내에 실시해 2008년 중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또 빠른 시일 내에 실무접촉과 현지공동조사를 실시, 내년 중 한강하구 골재채취 사업에 착수하는 한편,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이용과 관련해서도 항로설정과 통항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해 12월 중 남북경제협력공동위 산하 `남북 조선 및 해운협력분과위’를 개최해 내년부터 운항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처럼 연내에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관련 사업에 대한 실무접촉이나 관련 분과위를 거쳐 대체로 내년부터는 실제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연말 대선을 통해 내년에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은 및 후속 합의를 조기에 착근시키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표현으로 해석된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계획은 남북이 이날 합의한 남북경제협력공동위는 물론, 오는 27∼29일 평양에서 개최되는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과도 유기적인 연계를 갖고 추진될 예정이다.
경제협력 측면에서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와 상당 부분 연계돼 있고 이들 경제협력 사업을 위한 군사적 보장문제는 국방장관회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정 통일장관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서해평화협력추진위와 남북경협공동위는 상호 유기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군사 관련 부분은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지켜내야 할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북측 김영일 내각총리도 합의를 지켜내는 것이 양측의 의무라고 확인했다”고 밝혀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남북의 이 같은 의지에도 불구하고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논쟁의 불씨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측은 그동안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NLL 재설정을 주장해온 데 비해 국방부는 남북 간 상당한 군사적 신뢰가 구축되기 전에 재설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측이 NLL 문제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통한 다른 협력사업 자체는 물론, 이들 사업을 위한 군사보장 문제와 연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국방장관회담에서 공동어로구역 설정 및 운영과 관련해 NLL을 중심으로 한 기존 `등거리 원칙’에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대신, 등면적 원칙만 지켜내는 묘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측이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에서 NLL 문제에 대한 우리 측 입장에 거부감을 표시할 경우 사업 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오는 12월19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차기정부의 대북정책 방향도 남북 정상회담과 후속 합의 이행에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