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출신 뎃케박사, “탈북자 남한정착 스스로 헤쳐가야”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의 남한사회 정착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던 탈북자들의 경우, 북한에서의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남한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김지은(38.여)씨는 국내 한의사 자격취득시험의 응시권한을 정부에 요구하는 청원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하고, 지금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씨는 시험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북한에서 15년간 의료활동을 해온 경력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로부터 북한에서의 의사경력을 인정할만한 증비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응시자격을 거부당했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관계자는 “북한에서 취득한 자격증이 남한에서 인정되지는 않지만, 학력이 확인돼면 응시자격은 주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분야의 경우 그 절차가 까다로워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와 같은 분단을 겪고 통일을 이뤄낸 독일의 경우, 동독난민들의 자격증이나 경력이 서독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디터 뎃케(Dieter Dettke) 박사는 증언하고 있다.

독일 <프리드리히 에베르트 재단>(Friedrich Ebert Foundation)의 워싱턴 사무소장인 뎃케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독이 동독난민들의 학위나 자격증 혹은 면허증 등을 인정하지 않아, 동독 난민들 중에 동독에서 누리던 지위에 훨씬 못 미치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예를 들어 동독에서 온 의사나 변호사들이 자기 직종에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뎃케박사는 “나의 아버지도 동독에서는 작은 시의 시장이었지만, 서독에 와서는 운전사로 일했었다”면서 자신은 어렸을때 서독으로 넘어와서 대부분의 교육을 서독에서 받았기 때문에 서독사회에서의 갈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0대에 온 사람들은 동독에서 받은 교육을 써먹을 기회가 없어, 다시 공부를 시작하든가, 보수와 사회적인 지위가 낮은 직업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른 동독 난민들의 불만에 대해서 “심리적인 갈등이나 불신은 어쩔 수 없었지만, 서독정부가 동독난민들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상당히 했다”면서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스스로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하는 힘든 경험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뎃케 박사는 탈북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제공과 더불어, 스스로도 자기인생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