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폐쇄.불능화 용어정리

이번 5차 3단계 6자회담의 합의문에서 처음 명시된 ‘불능화(disab ling)’, ‘폐쇄(shut down)’, 그리고 ‘동결(freeze)’이란 용어가 갖는 의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 단어 모두 기본적으로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를 지칭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이 다르다. 특히 배경과 맥락을 따져보면 이러한 차이점이 두드러져 보인다.

북한 핵폐기 과정의 핵심은 핵물질, 즉 원자로 내 플루토늄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실천하기 위해 취할 조치의 기본적인 준거점은 영변 원자로의 ‘동결(freeze)’이다. 1차적인 이유는 동결이 기술적으로 가장 손쉽기 때문이라는 것이 핵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동결은 플루토늄을 만들어 내는 원자로를 현 상태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다. 즉, 스위치 하나만 끄면 사실상 동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조치가 손쉬운만큼 재가동하는 것도 쉽다. 정부 당국자는 “1994년 제네바 합의에 의거, 동결 조치가 이뤄진 다음에도 북한의 핵기술자들은 원자로 시설에 수시로 접근해 유지.보수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플루토늄의 추가적인 생산은 없지만 핵시설 자체를 해체하거나 핵무기를 못 쓰도록 폐기하는 등의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동결은 시간적으로도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원자로를 중지시키는 수준에서 멈추기 때문에 핵폐기까지 이어지려면 적어도 5~6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번 6자회담에 있어 한.미 양국은 초기부터 동결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 이전의 원자로 동결과 북한이 핵실험을 이미 했고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의 동결은 그 값어치가 천양지차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한.미 양국은 ‘폐쇄’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폐쇄는 수 개월 내 폐기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구상을 전제하고 나온 것이다. 시한 자체가 동결에 비해 훨씬 더 짧다.

뉘앙스 자체도 동결보다 강하다. 부시 행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핵폐기 3대 원칙 중 하나인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의 어감이 묻어나온다.

재가동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라는 뜻이다. 사실상 입구를 막아버려 기술자들의 접근 조차 어렵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도 포함된다.

이번 회담의 최종 합의문에 함께 포함된 ‘불능화’는 앞서 논한 동결, 폐쇄보다도 더 나아간, 높은 단계의 조치다.

불능화 조치는 핵시설을 다시는 가동할 수 없도록 영구적으로 폐쇄하고 원자로 핵심 장치인 노심을 아예 제거하는 등 원자로를 파괴하는 기술적 조치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결, 폐쇄를 포함하지만 그 이상의 개념으로서 한층 더 강력한 조치인 셈이다. 아울러 다른 조치에 비해 핵폐기에 훨씬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참가국들은 북한이 핵시설에 대해 불능화 조치를 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를 수용할 경우 제네바합의 때 50만t의 배인 최대 중유 100만t으로 환산되는 에너지와 경제.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만큼 회담 당사국들은 ‘불능화’ 조치의 값어치를 폐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게 치고 있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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