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로 전락한 한나라당에 기대할 것 없다

I. 한나라당이 북한인권법의 6월 국회통과를 민주당과의 협상과정에서 포기했다. 불과 10여일 전에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6월에 인권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하였고 또 한나라당과 보수야당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수를 충분히 갖고 있다. 바꿔 말해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을 민주당과의 협상수단으로만 간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온갖 궤변으로 막고 있는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보다 더 악질적인 행위이다. 왜냐하면 한나라당은 북한인권법 제정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입장과 동일하지만, 여기에 추가해서 북한인권법을 정략적 협상의 수단으로만 사용함으로써 북한인민의 고통을 악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북한인권법 제정시도를 통해 자신들이 고통 받는 북한인민을 그래도 얼마간 대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북한정권의 패륜행위에 분노하고 있는 보수층의 지지도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혹은 정치인의 태도에는 대략 3가지 경향이 있다. 첫째, 정치를 의사가 환자 대하듯이 ‘치료’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환자가 일정기간 고통스럽더라도 지속적인 건강회복을 위하여 옳은 치료법을 강구한다. 둘째, 정치를 ‘소통’으로 본다.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에 대하여 귀 기울이고, 올바른 치료방법을 설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고통의 일시적 완화에 대해서도 그 필요성을 고려한다. 셋째, 정치를 ‘장사’로 보는 것이다. 즉 좋은 물건이든 나쁜 물건이든 국민들에게 많이 팔기만 하면 되는 돌팔이의 행위처럼 혹세무민(惑世誣民)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양은 냄비처럼 쉽게 끓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대신 과거의 경험, 즉 전통을 반추하여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하는 정치집단인 보수는, 앞의 두 가지 관점이 정치의 본 영역이라고 볼 것이다. 


그러나 4·27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이른바 ‘소장파’라는 집단이 주도하면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대남도발과 물가상승과 양극화 현상 등 경제난으로부터 위협과 고통을 받는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하여 ‘이념의 시대는 떠났다’,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자’, ‘반값등록금’ 등 돌팔이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이런 행태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도 ‘표풀리즘’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II. 한나라당이 이런 포퓰리즘을 계속한다면, 한국의 보수층은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하는 것과, 종북주의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도모하는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 사이의 득실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리멸렬하면서도 오로지 내부 권력투쟁에는 발벗고 나서는 한나라당의 행태에 실망한 보수층은 ‘웰빙 한나라당’과 ‘종북주의 야권연대’ 사이에서 일종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북한인권법 조차도 위선적인 정략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놓고 볼 때, 과연 ‘보수층의 딜레마’가 존재하는지 다시 살펴볼 수밖에 없다.  


즉 대북정책을 놓고 볼 때 햇볕정책으로의 회귀를 주장하고, 내부적으로는 국익보다는 국회의원 개인의 영달을 위해 포퓰리즘에 빠진 한나라당이 총선이나 대선에서 승리하였을 경우, 한국은 포퓰리즘에 빠진 두 개의 돌팔이 정당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하여 야당이 되었을 경우, ‘돌팔이 행위로 살려고 하다 선거에서 죽었다’라는 교훈을 얻어 비록 야당이지만 참다운 의사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은 하나의 돌팔이 정당과 하나의 보수 정당을 갖게 된다. 


현(現) 한나라당의 소장파 중 어떤 국회의원은 국민에게 ‘보수의 가치’가 먹혀들어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외국의 경우에도 상대당의 좋은 정책을 카피(Copy)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이나 햇볕정책은 좋은 정책이 아니라 국민의 고통이나 불안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는 마약성분의 진통제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의사로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돌팔이로 전락한 지금의 한나라당을 보수세력이 지지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보수층의 딜레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