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피살된 김정남…北 무역일꾼과 주민 반응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공항 제2청사에서 북한 정찰총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여성 2명에게 피살된 사건이 북중 무역일꾼과 국경지역 주민들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중국 대방(무역업자) 및 화교(華僑)들의 입(口)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다소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단 북한 무역 일꾼들은 ‘김정남의 남다른 배포’를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점쳤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OO시에서 오랫동안 무역활동을 진행한 바 있는 한 일꾼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정남은) 머리가 총명해 (김정일) 비자금 마련에 밀수거래 왕초역할을 도맡아 했었다”면서 “김정남이 중국 정보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해외지반이 넓은 점이 두려움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일과 여배우 성혜림 사이에서 출생한 김정남은 스위스 제네바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1990년대엔 북한 국가보위부에서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한때 후계자로 인정받은 듯 했지만 1996년 이모 성혜랑의 미국 망명 등으로 입지가 흔들렸고, 이후 중국 마카오 등 해외를 전전하며 인맥을 쌓았다.

때문에 무역 대표들에게 김정남은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의 주요 활동지는 밀거래 주요 장소인 마카오이고, 대규모 거래는 김정남이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오랫동안 돌았다는 것이다.

이 일꾼은 “국제고립에 빠져 있는 현 지도자(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망나니로 불릴 정도로 겁이 없는 김정남 기질이 못 마땅했을 것”이라면서 “언젠간 내 자리를 가로챌 위험한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혈통’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김정남이 어머니(고용희)가 째포(재일교포) 출신인 그이(김정은)보다 원종(原種)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이 소식을 접한 북중 국경지역 주민들은 일단 “분명 우리 공화국(북한) 소행”이라는 반응이다. 소식 전달은 화교가 담당했다. 북한 당국은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국제 시세를 수시로 확인하는 화교들의 움직임까지는 완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외부정보를 수시로 접하는 화교들 말을 대체로 믿는 주민들은 ‘김정남 피살’ 소식에 모두 혀를 차며 ‘백두혈통 자손을 감히 누가 죽이겠는가’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모부(장성택)도 죽이는데 형제라도 못할 거 있냐” “장기 집권을 위한 예정된 수순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