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올해 무역회사에 과도한 과제를 하달함에 따라 최근 무역일꾼들이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을 상대로 자금이나 곡식, 물건 따위를 후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 등 북중 국경지역에 북한 무역일꾼들이 갑자기 많이 나왔다”면서 “이들은 안면이 있는 (중국 측) 사람들을 찾아가 ‘옥수수든 쌀이든 될 수 있는 대로 좀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또한 북한 측 사람들은 ‘현재 보릿고개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이야기도 대놓고 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해서든 뭐라도 받겠다는 북한 측 요구에 난감해 하는 중국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북한식(式) ‘떼쓰기’는 2009년 단행된 화폐개혁 이후 지속돼 왔었다. 당시 당국의 잘못된 신구폐 교환 정책(1:100)으로 주민들의 보유화폐 축소와 급격한 물가상승이 초래, 일부 빈곤층이 식량구매에 어려움을 호소하자, 당국은 ‘직접 중국에 가서 쌀을 얻어올 것’이라는 지시를 하달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엔 ‘60여 년 만의 대재앙’ 함경북도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에도 중국 내 북한 회사들에게도 구호물자 할당량을 배정했었다. 무역일꾼들에게 ‘구걸’을 직접 강요한 셈이다.
소식통은 “이번엔 어떤 북한 무역일꾼은 ‘(평안남도) 북창 화력발전소 노동자 작업복 1000벌을 마련하는 데 힘 좀 써달라’고 하면서 자금을 대줄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면서 “‘먹고 사는’ 인도적 사안도 아닌데, 갑자기 왜 이런 황당한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각 도(道)에 탄광 노보(노동보호) 물자공급소가 따로 있다. 노동자들에게 피복, 세면도구, 신발, 영양제, 기름 등 각종 물품을 공급하기 위한 곳이지만, 이는 명색뿐이고 텅텅비어 있어 질 낮은 칫솔이나 치약 등만 소량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작업복이 중국 돈 50위안(元)이라고 치면, 1000벌이면 5만 위안(우리 돈 약 830만 원)으로, 북한 측의 입장에서는 큰돈일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천을 달라고 하지, 이렇게 비굴하게 해야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언가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1000벌 마련해 달라는 모습에 코웃음 치지 않은 중국 사람이 없었을 정도”라면서 “또한 이들은 갑자기 ‘이런 이야기는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라고 말하는 등의 황당한 모습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