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것만 대화하자는 북한의 ‘이중 플레이’

북한이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을 초청하고 싶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에 대해 ‘가소로운 망동’이라고 비난하며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기’로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통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던 북한은 올해 초부터 대화 공세를 펼치며 남한 정부의 호응을 촉구했었다.  


특히 최근 6자회담 재개 방안으로 제시된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으로 연결되는 3단계 접근법에 대한 관계국들의 협의가 활발해지며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이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와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전제로 김정일을 서울에 초청하겠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이번 초청 제안을 두고 “대화재개의 공을 북한에 넘겼다”는 평가도 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한반도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풀고자 하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며 이번 제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1일 이 대통령을 ‘역도’로 지칭하면서 “핵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키고 미국과 함께 북침 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가소로운 망상”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관련, 비핵화 합의나 도발에 대한 사과 등 정치적으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전제조건이 있는 한 북한이 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자기들이 유리한 조건 속에서, 자기들이 유리한 의제로만 대화하겠다는 뻔한 대남전략의 일환을 반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자신들이 주인공이 될 수 없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된 것 자체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핵개발에 대한 양보 조치를 취해야 하는 회의의 성격상 북한이 극도로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2년 중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정부를 계속 흔들어 대면서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형태의 대화제의를 지속하는 등 패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대북 전문가 역시 “현재 남북관계의 열쇠는 우리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이번 반응만을 놓고 남북관계가 경색, 후퇴됐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북한이 처한 3대세습 안정화와 경제난 극복을 위해 언제든지 협상과 대결 전략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대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간 백두산 화산 전문가 회의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남북은 지난달 12일 전문가회의를 통해 백두산 화산연구를 위한 전문가 학술토론회를 평양이나 편리한 장소에서 5월 초 개최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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