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 ‘혁명의 성지’ 北삼지연서 수영 외국인 포착”

북한 당국이 최근 김일성‧김정일기금 회원인 외국인에게 ‘혁명의 성지’로 여겨지는 양강도 백두산 삼지연 못가에서의 수영을 허가한 모습이 데일리NK에 포착됐다. 대북 제재 여파로 외화가 절실해진 북한 당국이 신성한 장소까지 내어주는 파격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양의 고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일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공식적인 장소만 구경시키지만 ‘김일성‧김정일 기금’회원들의 경우 본인이 요구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삼지연 못가 수영 허락도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처럼 ‘김일성김정일 기금’에 기부한 외국인에게 격려차원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증 액수가 크고 대량 설비 등을 기증한 회원에 한해서는 북한 방문의 기회를 주며 방문기간 동안 모든 활동을 보장해준다고 홍보 책자를 통해 선전하고 있다.

또한 데일리NK가 입수한 ‘김일성‧김정일 기금’ 규정에는 기금회에 가입하는 회원은 가입비와 등록비 회원비(제7조)를 내야하며 기금은 현금을 위주로 하되 상황에 따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현물도 된다(제8조)고 되어 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기금회 회원들이 기부한 대량설비 등을 기관에 되팔아서 현금화 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거액의 현금 및 현물을 낸 외국인들에게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건 보다 많은 외화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즉, ‘폐쇄적인 나라’ 북한에 외국인들이 관심을 품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계획을 구상한 것이다.

다만 ‘혁명의 성지’라고 선전하는 곳까지 외국인에게 허락하면서 우상화 붕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소식통은 “삼지연은 장군님(김정일)의 고향이고 수령님(김일성)의 혁명 활동이 깃들어 있는 성지라고 배워왔었는데, 최근엔 그런 이미지가 희미해지고 있다”면서 “최근 그런 혁명전적지보다 외국인들의 구경거리로 되고 있다고 관련 단위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외국인들에게 백두산 관광길이 열리면서 두메산골 삼지연에서도 외국인을 보는 것은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며 “삼지연 못가에서 수영하는 외국인을 이따금씩 보게 되는 (혁명전적지사업소 등)관련단위들에서는 ‘돈이 못하는 짓이 없다’는 말로 당국의 외화확보에 쓴말을 내뱉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일부 중앙기관의 간부들 속에서도 ‘돈 앞에선 사상과 신념도 쉽게 무너진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외국인들에게 특혜 아닌 ‘특혜’를 주면서까지 벌어들인 모든 외화가 김 씨 일가의 시신 보존과 김정은 치적사업에 이용되는 것에 대한 간부층 반발도 만만찮다.

이와 관련 일본의 한 신문은 지난 2014년 시신 보전 연구원에서 일하다 탈북한 한 연구원의 자료를 인용, 북한 김일성-김정일의 시신 보존유지비가 연간 2억 엔(약 18억 6천만 원)이 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금수산)태양궁전 관리 실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고위층들 속에서는 ‘(시체)보존사업에 수억 원의 돈이 든다는 것을 인민들이 안다면 (그들이)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김일성‧김정일 기금’이 해외 지부들에 배포한 홍보책자에는 기금 성립의 이유와 사명, 활동내역과 기금자 혜택이 게재돼 있다. 또한 12조로 되어 있는 기금규정 등에서 김 부자를 ‘어버이’로 우상화하는 한편 그들의 업적과 유훈관철을 위해 기금활동을 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김일성김정일기금에서 발행한 외국인용 홍보 책자. /사진=소식통 제공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