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 여성들의 명품 사랑, 경기 침체에도 식지 않았다

북한 여성들의 가방을 통한 부의 과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최근 내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북한 상류층들의 부(富)의 과시와 이들을 겨냥한 판매 경쟁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평성 시장 가방 매대에는 갖가지 고급스러운 여성과 남성용 가방이 가득하다”면서 “돈 좀 있다고 하는 일부 주민들은 비싼 가방을 골라보면서 돈 자랑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 돈주(錢主), 고가의 가방으로 서민층 기 눌러

북한 전역에서 빈부 격차가 두드러지면서 일반 주민들도 자주 다니는 시장에서 부유층의 재력 뽐내기가 유행하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 시장에서 주민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자주 있는데, 이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의 돈 자랑이다”면서 “잘 산다는 건 척 보면 알 수 있는데, 굳이 물건을 사면서 있는 티를 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하루를 벌어봤자 몇 푼 안 되는 돈을 버는 장사꾼들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쌀 100kg을 넘게 살 수 있는 가방들을 이것저것 골라가면서 꼴볼견을 보인다”면서 “채소를 팔거나 잡화를 파는 일부 주민들은 부유층들의 이런 행태에 눈총을 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처럼 있는 사람들은 돈 벌기가 어렵지 않지만, 없는 사람들은 단돈 만 원도 벌기 힘들다”면서 “부유층은 옷은 물론이고 비싼 가방으로 주변 사람들의 기를 누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경은 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북한 최초 대형마트라고 할 수 있는 평양광복상업중심은 물론 최근 개장 및 재건된 평양의 여러 상점에서도 외국의 유명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평양 돈주는 신상 명품 가방을, 지방 주민들은 중고품 선호

그렇다면 이 같은 상품은 어떻게 북한 시장에 유입되는 것일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치품을 금수 품목에 올린 바 있지만, 가방이 이에 포함되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수입을 통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또한 해외 방문자들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처음엔 마음에 들었지만 지인들의 부탁을 받고 구입했다 단순한 변심 등의 이유로 중고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경우에서는 보통 평양보다는 지방에 있는 시장으로 유통되곤 한다. 평양에 있는 돈주들은 새 제품을, 지방에 있는 주민들은 중고 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일부 무역단위 가족이나 돈주들은 외국에 나가는 주민들에게 따로 부탁하기도 한다”면서 “사치를 좋아하는 일부 지방 여성들도 덜 먹고 덜 쓰는 방식으로 비싼 가방 한 개쯤은 소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양시민들의 모습. 한 여성이 클러치백을 들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장사꾼부유층, 당국의 사회주의 생활양식강조에도 아랑곳 안 해

물론 이 같은 현상은 당국이 원하는 방향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강연 등을 통해 부르조아 사상과 생활양식을 ‘잡사상’으로 비유하면서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사꾼과 부유층은 이를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장사꾼들은 오히려 시장조사를 토대로 사치품이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 상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치품’ 등이 백화점 등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만큼 당국이 ‘완전 통제’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지한 장사꾼들은 돈 많은 여성 소비자와 신상이 나왔을 때 먼저 연락하는 등 일종에 ‘커넥션’을 구축하는 것도 적지 않다.

소식통은 “여성들이 경제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당국도 시범껨(본보기) 차원에서 여성들의 옷차림을 단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방까지는 통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 물가(9월 30일 확인)는? 쌀 1kg당 평양 5200원, 신의주 5110원, 혜산 5500원이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400원, 신의주 1400원, 혜산 1500원에 팔리고 있다.

환율은 1달러 평양 8310원, 신의주 8360원, 혜산 8400원이고 1위안당 평양 1195원, 신의주 1190원, 혜산 1200원이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4,000원, 신의주 15,000원, 혜산 15,000원에 팔리고 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0,000원, 신의주 9,800원, 혜산 10,000원이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8,200원, 신의주 8,050원, 혜산 8,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 편집자 주 :
 그동안 대북 라디오 포맷으로 전해드렸던 ‘강미진의 북한시장 동향’을 기사 형태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이는 관련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드리는 것보다 세계인들에게 북한 시장 관련 동향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 설명해 주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데일리NK는 앞으로 ‘북한시장 동향’ 코너를 통해 시장과 기업소의 변화, 나아가 관련 사회 시스템의 변동을 면밀 추적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까지 독자들에게 상세히 전하고자 합니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