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만 식당 운영?…“무일푼 北주민 후불제 경영 성행”

최근 북한 식당뿐만 아니라 의류 및 제조업 분야에서 돈을 받지 않고 원자재를 먼저 제공해 주는 형태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활동을 통해 추후에 그만큼의 값을 치르는 일종의 ‘후불제’가 발달하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에서도 시장화의 진전으로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를 통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시장과 가깝거나 역 근처에서의 식당경영은 돈주(신흥부유층)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됐다”며 “음식장사는 돈 회전이 빠르고 파산 위험이 적어 도매꾼들이 먼저 후불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도매꾼들 사이에서는 시장통제 완화에 따른 판매경쟁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에 이들은 잘 되는 식당을 파악해 적극적으로 음식자재 배달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돈을 받지 않고 외상을 주면서 판로확보에 나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 한 푼 없더라도 활동가(경영마인드를 갖춘 사람)로 인정받으면 건물 임대비는 물론 내부 장식자재 비용도 후불제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일반 주민도 시장 전략을 갖추면 얼마든지 돈주(신흥부유층)로 성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북한에서는 ‘외상은 무상’이라는 말이 있다. 시장 관련 법·제도 미흡으로 단순한 인맥 관계로 돈을 빌려주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전에는 돈주들도 투자 대상 물색에 어려움이 겪었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돈벌이가 가능하다면 얼마든 자금을 대줄 수 있다고 나서는 돈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돈주와 주민 간의 커넥션이 공고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여기에 북한 당국의 자리는 없다. 예전에는 국가와 주민 간의 상하 복종이라는 단순한 통치방식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시장에서 주민 간의 수평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돈벌이에 도움이 안 되는 당국을 신경 쓰는 주민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국가에 대한 가치관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제 주민들은 ‘정치는 신경 안 쓴다. 돈 버는 게 최고’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을 통한 개인 간의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북한판 후불제는 요식업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나타나고 있고, 서로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소식통은 “식당에 돼지고기를 대주는 경우 사장이 빨리 판매하고 돈을 주면, 도매상들이 가격을 내려주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식당 판매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엔 바로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축산을 하는 주민이 돼지 몇 마리를 식당에 통째 후불제로 주는 경우도 있는데, 돈 문제도 있지만 식당 뜨물을 사료로 손쉽게 받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식당 주인은 고기를, 축산업 종사 주민은 사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