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석의 일기④] “돈을 빼앗기고 나서”

▲ 중국 돈을 빼앗는 북한 군인

그 후 우리들은 북조선 초소에서 취조를 받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살고 있었느냐, 부모는 어떻게 되었는가, 왜 중국에 건너 갔던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붙잡히면 심한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지만 두 번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더니 그러면 신안주로 가라는 말만 할 뿐, 그것으로 끝났습니다.

아마 우리들이 고아라는 것, 숙부님한테 쫓겨났다는 것, 거기에 아버지가 인민군 군관(장교)이었다는 것 등을 참작하여 용서해 준 것이라 생각됩니다.

무산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군의 검문을 받고 조사를 받았습니다. 우리들이 입고 있는 옷이 중국제라서 눈에 띄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때마다 아버지의 이름과 군대의 계급을 말하면 난폭한 짓을 하지 않고 돌려 보내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야 이것은 중국 돈 아니냐. 어떻게 된 거야? 안됐지만 이것은 몰수한다.”

한 검문소의 군인은 그렇게 말하며 파출소 할아버지가 주신 돈 450원을 빼앗아 가고 말았습니다. 보통 어느 검문소에도 군인이 몇 사람씩 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검문소에는 웬일인지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이 돈이 없으면 신안주에 갈 수가 없고 먹을 것도 사 먹을 수가 없습니다.”

“안 된다. 규칙이다.”

다른 군인이라도 있었으면 애들한테 돈을 뺏을 수는 없었겠지요. 우리들이 운이 나빴습니다. 결국 돈을 돌려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우리들은 무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선희와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분하고 분한 마음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잘 안 되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빼앗기지 않은 것이 운이 좋았던 걸까? 규칙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땅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못된다……”

이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오빠 이제는 집에 가지 말고 중국으로 가자.”

희선이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들은 잠시 동안 서로 껴안고 마냥 울었습니다.

네 번째 건넌 두만강

고향에도 가지 못하는 우리들은 결국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강을 건넜습니다. 그러나 또 붙잡혀 되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또 한 번. 이번에도 역시 붙잡혀 끌려 돌아왔습니다.

같은 일이 자꾸 되풀이 되니까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기분이 되고 말았습니다.

‘확실히 중국에서는 밥을 굶지 않는다. 거기에는 친절한 사람들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경찰이 오지 않을까 하고 두려움 속에서 지내야 된다. 이런 기분으로 지내느니 북조선에서 사는 것이 좋지 않겠나……’

희선이한테 그런 내 생각을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희선이는 나에게 화를 내곤 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오빠. 좋아, 오빠가 안 간다면 나 혼자라도 중국에 갈래.”

희선이를 혼자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희선이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다시 네 번째 강 건너기를 시도했습니다.

처음과 반대로 내가 선희의 손에 끌려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똑같은 곳으로 건너면 붙잡힐 것 같아 이번에는 그 전보다 더 상류쪽을 선택하여 건너갔습니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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